실패는 잘린 고구마 같다.
텃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다 보면 급한 마음에 괭이를 땅에 깊이 박는 때가 있다. 호미로 살살 긁어줘야 하는 것을. 토실토실 고구마를 빨리 손에 쥐고 싶은 욕심일 수도, 빨리 캐내어 아직은 뜨거운 볕을 피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그렇게 급히 괭이질을 하다가 괭이 끝부터 손바닥으로, 흙이 아니라 고구마를 마주쳤다는 느낌이 올라왔을 때가 돼서야 아차, 싶다.
잘려 버린 고구마를 보며 후회도 약간 하고 자책도 조금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하면서 옆으로 던진다. 그래도 아깝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잘려버린 고구마가 떠오른다.
다음에 고구마를 수확할 기회가 또 와도 급한 마음은 또 올라올 것이고, 손은 어느새 괭이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살하면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그런데 잘린 고구마가 못 먹을 고구마는 아니다. 잘려버린 면을 깨끗하게 씻거나 얇게 잘라내면 될 일이다. 삶던 굽던 잘린 고구마라고 익지 않는 건 아니다.
잘린 고구마를 못 먹을 고구마라고 던지는 것도 내 결정이고, 잘 다듬어 먹을 고구마라고 하는 것도 내 선택이다. 실패도 그런 것 같다. 던질지 다듬을지 결정은 결국은 내가 하는 거니까.
실패와 잘린 고구마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가지. 실패는 던진다고 썩지는 않는다. 언젠가 꺼내어 다듬을 날이 오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