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 1학년에게

지금의 1학년을 즐겨

by 쥐방울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어느새 100일이 되어 학교에서는 입학 100일 행사를 준비해 주셨고, 인생에 한 번뿐인 의미 있는 초등 1학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그로부터 아이는 얼마 후 6학년 학생들이 1학년 교실에 와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1학년 학생들 중 반은 교실에 남고, 반은 도서관으로 향하여 만남이 이루어졌다.

교실에 있던 아이는 옆자리를 비워둔 채 편한 자리를 찾아서 앉아있으면 6학년 학생이 옆으로 와서 한 명씩 읽어주었다.

마치 1:1 멘토링 수업처럼 1:1 책 읽어주는 수업은 귀한 경험이었을 듯하여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부모님 혹은 선생님 말고도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태어난 아이는 손위형제가 없기에 아이에게 어른들 말고는 책 읽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두 명의 6학년 남자아이는 1학년 아이에게 각각 한 권씩 읽어주고 그 책에 관한 퀴즈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마지막 헤어질 때는 아래와 같은 작은 편지(쪽지)도 준비해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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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에게 애들아 공부 열심히 하고 즐겁게 친구들이랑 놀고 그리고 친구랑 싸우지 말고 친구랑 친하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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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6학년이야. 지금의 1학년을 즐겨. 왜냐면 6학년은 겁나 힘들거든. 그러니까 지금부터 2학년 수학을 배우는 게 좋을 거야. 그럼 ㅂㅇ



대조되는 글씨체와 담겨있는 내용, 말투를 통해 다른 성향의 6학년 아이일 것 같다고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글씨체만 보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인 줄 알았는데, 모두 남학생이었다고 해서 살짝 놀랐다.

요새 1학년 아이들이 내 눈에는 신생아처럼 귀여운데, 이걸 보니 6학년도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에 6학년의 쪽지를 1학년 아이를 통해서 건네받고 동네에서 실제로 6학년 아이들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겨울이 되어버렸고,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놀이터에서 처음으로 6학년 여자아이를 보게 되었다.


키와 몸집은 거의 나와 다를 바가 없어서 앳된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어린이인 줄 몰랐을 것이다.

안경을 쓰고, 숱이 많은 긴 머리를 하나로 묶어낸 스타일을 한 여자아이는 단단히 무장을 한 채 본인보다 어린 남동생과 놀아주러 나온 듯했다.

그만이라고 말할 때까지 혼자도 충분히 탈 수 있는 초등 저학년 남동생의 그네를 밀어주고,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하고, 놀이터에 있는 훨씬 어린 모르는 아이들의 질문에도 답변을 하며 같이 놀아주는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 저학년들만 있는 놀이터 세상에서 무언가 빛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사춘기가 한참 무르익을 시기인 초등 6학년에도 동생들과 함께 나와서 눈에서 뒹굴 수 있을까 상상했다.

누군가에게 친절한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계절 속에서 충분히 즐기는 본인에게 친절한 어린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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