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타인이 평가하기 시작한 순간

타인이 누구든 귀를 닫아야 한다.

by 쥐방울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 가서 졸업한 학교가 3번째 초등학교였다.

2학년 때부터 시작된 전학은 아빠의 직장으로 인해 여러 번 이루어졌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아무것도 모르던 참이었다.

저학년의 전학은 갑자기 반 아이들이 인사를 해주고, 다음 날 새로운 반에 가있게 되는 어리둥절한 시기였다.

그에 반해 고학년의 전학은 이미 형성된 친목 그룹 속에 적응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긴장 속에 바쁜 나날들이었다.




칭찬을 먹고사는 초등학생은 그나마 자신 있었던 웅변에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날, 텅 빈 마음으로 먹을 것을 찾기 시작했다.

텅 빈 마음은 위로가 필요했지만 털어놓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언어가 없었기에 짜증이 늘었고, 하교 후에는 여전히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팠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한번 더 끼니다운 간식을 먹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고, 걱정되신 엄마는 자극을 받았으면 하신 마음에 지나가다 한마디를 툭 내뱉으셨다.

"너 그러다 돼지 된다!"


짜증만 더 늘어났다.

의도는 알겠으나 화만 났다.

어떤 사춘기 소녀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말이었다.

그런데도 방법은 모르겠고, 가짜 배고픔에 계속해서 반응했다.


초등학교 6학년, 엄마의 그 말이 20년째 내 마음을 아프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그게 무슨 말이냐고 시원하게 대꾸라도 했어야 했지만 K-장녀에게는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학교에서도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다.

학예회 연습으로 모두가 운동장에 모인 그 어수선하고 정신없이 삼삼오오 수다를 떨던 와중에 같은 반 아이는 나의 몸이 뚱뚱하다며 지적을 해댔다.

순간 엄마가 했던 말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며 반항심이 짜증으로 모두 옮겨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은 중학교 입학을 위해 1지망부터 가고 싶은 중학교를 써서 내는 서류를 받는다.

그 당시 엄마는 당연히 집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중학교로 갈 것이라 예상하셨을 것이다.

딸이 당연히 중학교 배정 원서에 근거리 학교를 적었을 것이란 믿음이 있으셨나 보다.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아무도 쓰지 않았을 법한 제법 먼 거리의 신설 중학교를 1지망으로 적었다.

먼 거리의 통학으로 그 당시 한 반에 몇 명 가지고 있지 않았던 휴대폰이 생겼고, 버스로 등하교하며 새 출발을 도모하는 예비 중1은 새 인생을 펼치고 싶었으리라.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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