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취침 시간이 다가오면 안방의 퀸사이즈 침대 한편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는 인생 9년 차 어린이가 있다. 2인이 기본으로 누울 수 있기에 그 옆자리의 주인은 9년째 어린이의 엄마이고, 아빠의 잠자리는 딱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 안방 침대 옆 바닥에 토퍼를 깔고 누울 때도 있고, 아이들이 사달라고 애원해서 큰맘 먹고 구입했던 2층침대에 몸을 욱여넣을 때도 있고, 제일 큰 공간인 거실 바닥 혹은 소파에 눕곤 한다. 좋게 말해서 자유롭다. 주기적으로 배우자는 본인이 이 집에서 누울 자리 한 곳 고정되어 있지 않다며 30살 아래인 어린이에게 의견을 내세우지만 결국 목소리 크고 먼저 눕는 사람을 내쫓을 수 없어 항상 결과는 원점이다.
아홉 살 어린이 옆에 누울 사람이 엄마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늦은 시각, 그 장소에서 누운 자세로 이야기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입장은 자려고 누웠으면 자야지 이야기꽃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10분이 넘으면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보기 시작하거나 아예 다른 방으로 도망가고야 만다. 누워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이의 시점에서 하루동안 있었던 일이다. 주로 학교와 학원에서 보고 겪은 내용이었다. 1학년까지만 해도 아침 등굣길은 물론이고 1교시부터 점심시간에 이은 하굣길에 만난 친구들 이야기와 예체능 학원에서 배웠던 내용들까지 모두 재연을 하며 상황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두 시간이 훌쩍 넘었던 적도 많았다.
근래 들어 아이가 잠자리 이야기 시간에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이미 엄마도 학교와 일반적인 일상생활에 익숙해졌다고 느꼈는지 질문을 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보통은 주간학습계획에 나와있는 것을 토대로 해당 요일에만 있었을 새로운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묻거나 학기 초에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혹은 항상 즐거운 급식시간에 대해서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그날 밤도 머리를 대면 스르륵 잠이 올만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엄마가 옆자리에 눕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는 말했다.
"엄마, 이제 시작할까?"
"응!"
"그럼 오늘은 엄마가 궁금한 거 질문해 봐."
참신한 질문 좀 어디 없을까 싶어 침묵의 10초 동안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쥐어짜 내야만 했다.
'오늘은 어떤 게 재미있었어?' 혹은 '쉬는 시간에는 누구랑 놀았어?'라는 뻔한 질문을 입에 올렸다가는 그저 그런 뻔한 대답이 나올 것이기에 머리를 겨우 굴려서 질문을 하나 만들어냈다.
선생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그러니까 이것은 곧 '오늘 하루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나요?'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빙 에둘러서 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는 질문을 듣고 3초간 생각하더니 곧바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를 한번 치고 답변을 해주었다.
자!
자세히 말하자면, (박수 두 번 치고) 자자! 집중!!!
아이의 답변은 그날 하루 중 가장 박장대소하며 잠이 달아날 정도로 웃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 40분 중 20~30분 정도 지나면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부여잡기 위해 합죽이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아도 충분했다.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척추는 곧바로 펴지고, 아이들의 눈동자는 일제히 선생님을 향하는 이것은 매직! 이후 교실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해 본 결과 아마도 딸아이는 하루에 백번정도 박수를 치고 오는 것 같았다. 손뼉 마주치기는 건강에 아주 좋으니 밤중에 누워서 이야기 들으며 덕분에 박수 백번을 함께 복습했다.
다음날이었다.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막내가 콘솔 게임기를 계속 켜놓은 채 잠들 생각이 없었다. 화면의 밝은 빛과 요란한 게임소리로 첫째 아이의 수면에도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아이의 행동을 중단하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어떤 한마디가 필요했다.
(박수 두 번 치고) 자자! 집중!!!
박수소리와 단호한 목소리를 들은 아이는 놀랍게도 바로 전원버튼을 눌러서 꺼버렸다. 본인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왔고, 의도치 않았던 결과라 표정은 충분히 일그러져 있었다. 박수를 두 번 친 나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매일 선생님께 배우면서 육아를 하는 초딩엄마라 오늘도 마음속으로 폴더인사를 드리고, 마법의 단어에 쾌재를 부른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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