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정문갑 파주5리 노인회장

by 이유 임민아

“‘우리는 아무리 가난해도 아랫목에는 아버지만 앉으시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더니 나더러 옛날 사람이라고......”


파주읍 열혈 활동가! 동네 주민들이 ‘열정 만수르’라는 닉네임을 지어드릴 정도로 활력이 넘치시는 파주5리 정문갑 노인회장님과 함께 ‘라떼는 말이야’ 시리즈를 준비했다. 만날 때마다 “임사장님, 미안하지만 시간 좀 있으셔? 내 얘기 좀 할게요”로 시작하셔서 ‘라떼’를 시전하시는 분이다. 처음엔 그 꼰대스러움이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리타분함 속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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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국 피디랑 ‘라떼는 말이야’ 예고편을 촬영하러 노인회관을 방문했다. 책상에 앉으셔서 뭔가 열심히 쓰고 계셨다. 성경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고 계셨는데 글씨체도 어찌나 정갈하신지, 만나 뵐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연세를 여쭤봤더니 “53년생 뱀띠”라고 하셨다. 일흔을 바라보는 분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한 피부를 가지셨다. 노인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할 정도다. 조명발도 잘 받으시고, 카메라 앞이라고 긴장하시는 법도 없다.


정문갑 노인회장님은 파주5리 마을살리기협의체 대표를 맡고 계시는데, 마을을 일군 어르신들을 방송국에 모시고 이야기 듣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마을회관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마을에 지어졌다. 그런데 파주5리는 정부에서 1원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120평 규모의 마을회관을 온전히 마을주민들의 힘으로 지었다고 한다. 정문갑 회장님은 마을회관 건축 역사가 파주5리의 자랑이자 파주읍의 자랑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방송 녹화할 때 말씀이 길어지실까 봐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회장님, 제가 1분 타이머를 켤 거예요. 말씀이 길어지시면 타이머 종료와 함께 마이크를 끄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눈치를 살폈다. 노여워하시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웬걸!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받아들여 주셨다.


그때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정문갑 회장님과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하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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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짓궂은 질문과 요구를 웃음으로 받아주시고, 너그럽게 안아주신 정문갑 회장님께 직접 말씀은 드리지 못했지만 정말 감사했다. 스텝들이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있을 때 직접 담그셨다는 오미자·옥수수수염차와 ‘무농약, 무비료’로 직접 키우셨다는 참외를 손에 쥐여주셨다.


정문갑 회장님은 환갑 때 따님이 선물로 사준 낡고 오래된 작은 손가방을 지니고 다니신다. 10년 넘게 옆구리에 끼고 다니시는 그 손가방 안에는 성경이 들어 있다.


“내 마음이 비겁해지려고 할 때, 비겁해지지 않으려고 성경을 가지고 다녀요. 나이 들면 기억력이 퇴색되기도 하는데, 기억력을 소생시키려고 필사도 하고 있어요. 치매도 예방된다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

가끔 고생 많다고 동네 맛집인 ‘꺼먹돼지’에서 밥도 사주시고, 행정복지센터 옆 ‘제이블랙’에서 커피도 사주셨다. 조만간 노인회관 들러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보따리를 다시 풀어야겠다.


“회장님! 임사장이 곧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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