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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초이 Feb 28. 2020

모든 예술은 음악을 동경한다

클래식

음악으로 웃고 울어보신 적이 있나요? 나는 음악을 통해 심리적 변화를 꽤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에는 너도 나도 따라 부르는 유행가에 심취해 있었고 더 자라서는 팝송과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눈을 뜨며 귀를 즐겁게 만들기도 했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자장가와 동요로부터 선율이라는 것을 익히고 자랍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익숙하고도 친숙한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은 예술 분야 중 체육, 미술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졌습니다. 음악은 예술가의 정신을 표현하는 가장 추상화된 예술 형태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예술을 음악을 동경한다고 말했죠. 특히 음악 장르의 정점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 클래식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다양한 악기, 스타일이 존재하며 대중에게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합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이미 접해본 음악도 있고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연주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음악가들이 구축해 온 예술의 산물이지요. 음악은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고 감정을 북돋아주거나 치유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즐겁고 아름다운 선율. 음악은 누군가에게 살짝 스치듯 지나가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낼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 1910년 대 / 사진출처 : www.senar.ru/photos


24살에 큰 기대감을 부푼 채 교향곡 1번을 작곡한 청년이 있습니다. 이 교향곡 1번은 발표되자마자 평단의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세자르 큐이라는 러시아의 한 작곡가는 이 교향곡이 마치 "이집트의 10가지 재앙을 묘사한 것 같다"라며 "지옥의 음악학교에서나 칭송받을 음악이다."라고 악평(ⓐ)했습니다.

기대와 실망은 언제나 떨어지지 않는 절친한 사이죠.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말, 정말 많이 말하기도 했고 듣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기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실망감이라는 단어가 단숨에 떠오릅니다. 심리학의 대립 과정 이론에서 사람은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정서를 동시에 그것도 연이어서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대라는 감정을 갖게 되면 실망이라는 감정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엔 무의식 중에 못 느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한 것만큼의 효과가 나타나거나 충족되지 못하면 후발주자의 감정, 실망이 비례하며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실패스러운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자 청년은 엄청난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판받는 시기에 사촌과 결혼했다가 러시아 정교회의 비난을 받아 우울증으로 발달해 버렸어요. 3-4년간 아무 곡도 작곡하지 못했다고 하죠.

이 청년은 바로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입니다. 청년에게 쓰디쓴 아픔을 준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아픔을 겪은 그가 어떻게 역작을 내어줄 수 있었을까요? 라흐마니노프의 우울증은 '자기 암시 기법'으로 극복하였는데요. 주치의 니콜라이 달은 이렇게 계속 말해주었습니다.

당신은 곧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할 것이며, 그 곡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알렉시스 바이센베르크 피아노,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


3달가량 이와 같은 치료 기법을 통해 호전이 된 그는 우울증을 극복하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했습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 주치의였던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아주 많은 대중들에게 현재까지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호주의 라임라이트 매거진이 현존하는 유명 피아니스트 100명에게 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뽑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라흐마니노프가 1위를 했습니다(ⓑ). 또한 2015년 KBS 클래식 FM 홈페이지에서 한 설문조사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곡으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이 선정되었습니다(ⓒ).


자존감을 되찾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

'사회적 자존감'이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삶을 나아가는 처음과 끝은 결국 나일 것이므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고흐는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기도 했죠.

우리는 되도록 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해. 진짜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 그 사람 역시 가끔은 흔들리고, 의심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속에 신성한 불꽃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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