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로베르 두아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던 매터, 라이언 맥긴리
1분 1초를 비교하고 경쟁하고 심지어 매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 척박한 사회에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편히 쉴 수많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은 매 순간 질투하고 시기하고 불편해합니다. 한순간 한순간 그 찰나가 빛날 청춘에서도 말입니다. 시간은 1초일지라도 되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습니다. 그저 시간은 모두에게 편애하지 않고 차등하지 않고 똑같은 시간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느끼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치열한 사회에서 순간마다 느낄 순 없겠지요. 그 순간을 느끼고 꺼내보고 싶을 때에서야 비로소 '사진'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진에 '결정적 순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가지고만 있다면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말입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묘비에는 그의 말이 새겨져 있죠.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라고요.
'결정적 순간'은 영원히 포획할 수 있지만, 영원히 오지는 않습니다. 순간의 찰나이기도 하며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삶에서 찰나로 지나가는 시간이 바로 '청춘'인 것입니다.
청춘. 누군가는 겪어갈 테고 누군가는 겪어왔고 겪고 있을 찰나의 순간. 사진으로 지나가는 그 시간과 그 순간들을 나 또한 매일매일 잡길 바라요.
사진 한 장이 전달하는 이야기는 백 마디의 말보다 강력하다 보니, 이렇게 강력한 사진은 시간의 순간을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선전도구로 전락하기도, 배포하는 자의 목적과 의도에 맞게 조작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조작된 사진 중에 내가 가장 아쉬워했던 사진은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 사진인데요. 로베르 두아노 작가는 "그들의 꿈을 산산조각내고 싶지 않다."라고 함구했지만, 결국 법정공방까지 가게 되자 연출된 사진이라고 인정했지요.
그와 달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로버트 카파와 함께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인데요.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집으로 그만의 신념과 철학을 여실히 담아냈습니다. 자연스러운 캔디드 샷(ⓑ)과 길거리 스냅은 단 하나의 연출도 거부한 말 그대로 순수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는 작가입니다. 그는 작은 라이카 카메라에 대부분 50mm 단 렌즈를 즐겨 사용했고 망원렌즈도 광각렌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롯이 자신의 눈과 마음에 의지한 채 빠른 손가락 놀림만으로 흑백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 <프랑스 파리, 생-라자르 역 후문> 작품이 먼저 생각납니다. 비가 내린 후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막 뛰어 건너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포착한 생 라자르 역 사진인데요. 이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널빤지 울타리의 갈라진 틈 사이를 우연히 들여다보고 있다가 한 남자와 그의 그림자가 물에 비친 모습이 물에 빠지기 1,000분의 1초쯤 바로 전에 포착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결정적 순간'의 더 결정적으로 만든 것은 남자의 모습과 뒷배경 생-라자르 역 담벼락에 붙은 서커스단 포스터의 댄서들의 자세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결정적 순간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놓쳐버리기 쉬운데, 그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주변의 찰나를 자연적으로 찍은 것입니다. 아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 그 포착된 순간이 틀 속 풍경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예술을 담아내는 것과 같겠지요.
자연적 찰나를 담아내는 사진가가 있는가 하면 낭만적인 찰나를 담아내는 사진가도 있습니다.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조던 매턴입니다. 그는 사진 속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을 깨우는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지하철, 도서관, 공원, 길 위마저도. 예술가는 어디를 가도 예술가이듯, 예술가 손이 닿는 곳은 예술의 공간이 됩니다.
그 공간이 일상의 배경일 때 예술은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살 닿는 곳에서 부여받는 예술적 의미는 예술이 지향해야 하고 예술로 나온 힘으로 우리는 사진 속의 무용수처럼 춤추듯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조던 매터는 말합니다.
"연속 촬영해 한 컷을 고르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능력이 아니라 기계의 힘이다.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풍경 속 '청춘'을 담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며 사진을 찍은 작가도 있습니다. 야시카 T4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향하며 담아낸 청춘은 그야말로 순수했고 자유로웠습니다. 시각화된 젊음은 극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까지 했죠.
다만 그의 작품 속에는 전라의 인물이 대부분인데요. 이에 대해 작가는 "사람의 몸은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라고 말합니다. 살결의 느낌과 빛이 몸 위에서 부서져 내리는 방식을 사랑하는 이 작가의 사진은 외설적이라기보다 하나의 피사체에 불과해 보입니다. 전라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정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유로움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 참고
ⓑ 캔디드 샷 : Candid shot 솔직한,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