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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Apr 17. 2018

서로를 위해 두 나라에서 결혼식 하기



 보통 인생에서 큰 행사는 한 번으로 끝난다. 백일, 돌잔치, 결혼, 회갑, 장례 등 인생에는 다양한 큰 행사들이 있다. 그런 행사를 하나하나 치르고 지날 때 마다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보통은 이런 행사에 친인척들과 친구, 동료들을 부른다.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을 같이 나누기 위해서다. 행사와 관계된 사람이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면 기꺼이 참석해서 그 큰일을 함께 나눈다. 결혼이라는 행사는 여러 인생의 행사 중 가장 기쁨이 많은 행사일 것이다. 준비하는데 이렇게나 공을 들이는 행사가 또 있을까? 날짜를 잡고, 예식장, 신혼여행, 스드메를 예약하고, 초대장도 직접 구성하여 인쇄한다. 그리고 각자 인생의 인연들에게 청첩장을 나눠주며 기쁜 행사에 기꺼이 초대한다.


 나와 아내도 한국에서 정말 즐겁게 준비했다. 큰 다툼없이 서로 원하는 걸 이야기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준비하던 어느 날 문득 고민거리가 생겼다.


나: 음.. 근데 자기야 갑자기 생각난 건데, 우리가 한국에서 사람들을 다 초대해도 자기가 초대할 사람은 많이 없네요.
아내: 네, 우리 친척들이랑 친구들은 다 중국에 있으니까 다 부르기가 힘듭니다. 여기서는 그냥 부모님하고 동생만 불러야될 것 같아요.
나: 그래도 친척들이 좀 오면 좋겠는데, 올 수가 있나요?
아내: 친척들이 다들 오려면 우리가 비행기 비용이라도 해줘야되는데 쉽지 않겠죠?
나: 아쉽네. 결국 결혼식을 해도 나 아는 사람들만 자리 채우겠네요.
아내: 어쩔 수 없죠. 그렇게 해도 우리가 즐겁게 하면 되요.  


 한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 한 쪽이 불편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왠지 중국에 있는 아내의 친지들을 소외 시키는 느낌이었다. 아내는 그 당시 괜찮다고는 했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외국인과 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못해본데다, 결혼식에 대한 고민도 평소에 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이 마음에 짐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한쪽에서 만 결혼식을 하면 어쨌든 한 쪽의 친지들은 대부분 빠진 채로 행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나: 00야, 나 결혼식 준비 중인데, 중국 아내 친지들이 못오니까 좀 아쉽긴 하네.
친구: 뭔 걱정이야. 여기서도 하고 중국가서도 하면 되지.
나: 응? 그래도 여기서 결혼 준비 하고 행사하는 것에 돈을 대부분 썼는데, 중국에서 하면 그만한 행사를 또 할 수 있을까?
친구: 에이 아니, 그게 아니구 잘 생각해봐. 이 쪽에서는 좀 크게 먼저 하니까, 중국에서 할 때는 아주 크게는 아니고 중소 규모로 할 수 있잖아. 그리고 한 번 알아봐, 중국 결혼식이 여기랑 달라.


 어느 날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친구의 의견을 듣고 머리에 꽝 하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하고 중국에서도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가능하면 빨리 중국 쪽의 결혼식 장소를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아내에게 부탁해, 그날 부터 중국에서 결혼식을 하는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아내가 너무나 신나하던 기억이 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정말 신나하는 모습이었다. 아내가 장모님께 그 사실을 알리고 논의를 하고 나서, 장모님과 아내의 외삼촌이 이런 저런 장소를 알아보고 가격과 형식을 이야기 해 줬다. 우리는 원격으로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했다.


 중국의 결혼식은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식당의 룸을 빌려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의 호텔에서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서 스테이크나 한식을 행사 중에 서빙해주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좀 더 대중적으로 익숙한 결혼식 풍경이다. 그래서 우리도 시내 호텔의 식당 룸을 빌리기로 했다.



외삼촌: 00, 한국 처럼 행사장 빌려서 진행할래? 여기 작은 시설도 있어.
장모님: 아니야 그냥 호텔 식당에서 하면 되지, 그런 데가 크게 안비싸고 적당히 큰 룸도 빌릴 수 있어.
아내: 네네, 저희도 식당 빌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 친척들 모두 다를 부를 건 아니니까, 작은 곳으로 좀 예약해주세요.
외삼촌: 그래그래 이거 예약하는 비용은 삼촌이 좀 보탤테니까 음식이랑 그런 비용만 너희가 준비해라.
아내: 아니에요. 삼촌 안그래도 한국에도 못 모시는데요...ㅠ
외삼촌: 됐어. 거기 잘 치르고 여기서 보자.


 한국에서 준비하는 것처럼 중국에서 식장을 잡을 때도 여러 장소의 사진과 설명을 듣고 장소를 결정했다. 마지막 예약과 결제 등은 외삼촌이 도와 주셨지만, 장소와 컨셉 등은 나와 아내, 장모님이 논의 한 후에 결정했다. 음식도 결정해야 했는데, 식당이다 보니 세트 메뉴 처럼 여러 음식을 묶어 놓아서 결정하기는 편했다. 단, 각 친지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해서, 별로 먹지 않을 음식들은 다른 음식으로 교체 요청을 했다. 세트 메뉴 처럼 음식이 정해져 있지만, 개별 음식을 바꾸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몇개의 음식은 바꾸고, 전체 이용할 테이블 수를 최종적으로 정했다. 중국 결혼식장에서는 이 테이블 숫자로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


 그렇게 중국에서의 결혼식도 예약과 준비를 다 마쳤다. 날짜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2주 후로 잡았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9월 초 였는데, 마침 3주차에 추석이 있어서 그 때 중국에 방문해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중국의 추석은 하루 휴일이어서 한국과는 다르게 짧게 쉰다. 그래서 그날로 날짜를 잡아 친지들도 초대를 했다. 이제 각각의 나라에서 행사를 진행할 일만 남았다.


아내: 너무 긴장되는데 신나네요.^^ 중국에서 결혼식도 하게 되니까 너무 좋아요!
나: 나도 긴장긴장. 우리가 각자 나라에서 다 결혼식을 하는게 당연한 거 같아요. 서로 가족들에게 결혼하는 사람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잖아요.
아내: 맞아요. 나도 내 친척들한테 오빠 보여주고 싶어요. 완전 기대.
나: 이제 우리 행사만 잘 치르면 되요. 그리고나서 신혼여행 ^^


 한국 결혼식 일주일 전에 장모님과 장인어른, 처남이 한국에 와서 신혼집에서 같이 생활했다. 이런 저런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일주일을 잘 보내고 당일 날 서로 웃으면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사회는 내 베프가 맡고, 축가는 친한 후배가 한 곡, 내가 한 곡 이렇게 부르고, 주례없는 결혼식을 했다. 그 때 아내가 정말 연신 웃음을 지었던게 기억나고, 장인어른의 너털 웃음, 장모님의 눈물 방울도 기억난다. 작은 홀을 빌렸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방문해서 자리가 조금 모자랐다. 힘든 줄도 모르고 행사를 잘 치르고 몰디브로 신혼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한주 정도 출근 했다가 바로 중국으로 갔다. 그 당시 몸이 피곤할 법도 했는데,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중국에서 10일간 머물면서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이야기도 하고, 친척들을 미리 만나 인사도 했다. 무엇보다 아내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에서 친한 친구들이 없어서 그게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결혼식 전에 아내는 그렇게 한국에서 못했던 만남을 많이 가졌다. 그리고 중국 결혼식 당일, 한국과 마찬가지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나는 양복을 아내는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입고 식장으로 갔다.


장모님: (친척들에게) 이거봐 이거랑 이 핸드폰 00이가 사줬어. 한국 결혼식도 엄청 깨끗하고 화려하더라~
친척들: 우와 그래? 이게 스마트 폰이라는 거야? 어찌 쓰는거야?
장모님: 이렇게 하는 거야 (스마트 폰을 드래그로 연다)
아내: 아이고, 엄마 또 자랑하네. 맨날 저렇게 작은 걸로 자랑해요~
나: 뭐 어때요. 오늘은 자랑하는 날이잖아요.

 

 장모님의 일장 자랑을 듣고 나서 음식이 나왔다. 테이블에 음식이 하나하나 채워지고 사람들이 다들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먼저 먹기 시작한다. 한국의 코스 요리처럼 각종 요리들을 하나씩 갔다 준다. 그 와중에 신랑신부인 우리는 테이블을 왔다갔다 하며 친지들과 인사를 하고, 축하주로 건배도 한다. 사진 찍는 사진사와 함께 테이블별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모든 음식이 다 나오고 나서 간단히 신랑신부를 앞으로 불러 인사를 하게 하는데, 신랑, 신부 입장을 번갈아한다. 이건 한국과 똑같다. 그렇게 각자 인사하고, 다 같이 건배를 하는 것으로 간단히 진행한다. 그리고는 1-2시간 정도를 식사도 하면서 사진도찍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의 결혼식이 매우 급박하게 행사를 치르고 자리를 비워줘야한다면, 중국의 결혼식은 그런 것 없이 조금 느긋하게 방문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가 있다.


그렇게 두 나라에서 큰 행사를 두 번 다 잘 마쳤다. 나와 아내의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편했다. 처음엔 결혼식을 한 번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생각을 바꾸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의 결혼식을 치르고 나니, 행사에서 우리를 축하해준 친지들의 얼굴이 나와 아내의 머리 속에 하나씩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와 아내의 웃음 짓는 얼굴이 머릿 속에 깊이 박혀있다. 결혼식은 결국 우리 둘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다. 각각의 주변 친지들에게 서로 다른 두 곳에서 축하를 받았으니, 이만한 축복이 또 있을까? 그렇게 우리 만의 큰 행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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