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40대에 접어들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유지하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함께 한다는 건, 한편으론 행복한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과 감정들이 겪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게 좀 더 거리가 두어지는 것인지, 진짜 가까운 가족이 되는 과정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그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사실 나이가 먹어가면 갈수록 외로움은 더 짙어진다. 불같은 사랑도 어느 순간 저 먼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주변 사람과 대화할 시간도 많이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을 바란다.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게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점점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고 또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나만 겪는 감정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종의 중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12번의 연재로 매주 나의 감정에 대해서 글로 정리했다. 좋았던 감정, 걱정되는 감정, 두려웠던 여러 감정, 고민되는 감정. 내 삶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나에게 변화를 주었던 것들을 위주로 정리했다. 40대에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가족과 하하호호 하는 순간에도 마음속은 복잡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려 노력하지만, 비가 차창을 때리듯 내려가는 듯하면 새로운 비가 창을 때린다.
나의 마지막 순간은 어떨까.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듯이, 죽는 것도 선택할 수 없다. 좀 더 많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쓰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는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이 죽는 날을 선택할 수는 없다.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영화 <아무르>는 그런 죽음에 대한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 속에는 두 노년의 부부가 나온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왔을 부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평범하게 생활한다.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무엇보다 예전에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그런 일상.
그러다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다. 몸이 점점 마비가 되어가고, 남편은 아내를 극진히 간호한다. 하지만 아내는 점점 몸이 마비가 되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때 남편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찾아온다.
영화 중반 이후 부부가 겪는 일들을 지켜보기 괴로웠다. 그들에게 특별한 답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남편의 선택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영화의 후반부, 남편은 아내의 얼굴 위에 베개를 올려 평안의 시간으로 보내준다. 그건 어쩌면 남편의 마지막 사랑이었을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참지 못한 남편이 굉장히 이해가 되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나는 죽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불치병이나 죽음 직전의 환자들에겐 더더욱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죽음 직전 내 옆에 있을 누군가가 그것으로 마음 아프거나 힘들지 않길 원한다.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 또는 내가 바라볼 누군가 나를 보며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사랑의 감정이 다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픔 속에 살아가는 것을 보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삶의 마지막. 그 사랑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결국에는 사랑이다. 삶의 마지막에도 우리는 사랑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기나긴 외로움의 길이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상황이 생기고, 관계가 멀어지거나 끊기기도 한다. 모두의 상황이 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 감정은 '사랑'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내 삶의 마지막에 옆에 있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 결국에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좋은 감정은 사랑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주변을 사랑하려 노력한다.
인생이.... 참 긴 것 같다. 인생은 참 길어...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그 긴 인생의 마지막은 결국 사랑과 함께 끝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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