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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 위의 마음들은 언제나 솔직하다

작은 것에도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by movies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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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급식판에 초록색 막대기가 올라오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순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그 미소는 마치 “오늘은 나한테 좋은 날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옆에서 친구들이 묻는다.
“그걸 왜 그렇게 잘 먹어?”
그 아이는 대답 대신 작은 고개 끄덕임 하나를 남긴다.

“맛있잖아.”

아, 너는 커서도 네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잘 따라가겠구나.


그 뒤에는 알러지 있는 아이가 천천히 줄을 선다.
그 아이는 언제나 부드럽게 말한다.

“저는 이거 빼주세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미안함을 담았지만, 불행하지 않다.
자기 몸을 알고, 스스로 챙기는 당당함이 있다.
그 모습이 왠지 든든하다.
너는 이미 스스로를 예쁘게 돌보는 법을 아는구나.


편식을 하는 아이도 있고,
특별한 취향을 가진 아이도 있고,
먹고 싶지만 피해야 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걸 두고 누군가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
누구도 놀리지 않고, 누가 뭘 먹든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

작은 마음들이 조용히 서로 비켜주는 평화.


“선생님도 어릴 땐 편식 많았어.”

아이들이 동시에 나를 보며 눈을 크게 뜬다.
마치 ‘선생님도 우리처럼 어렸던 적이 있었어요?’
하고 묻는 눈빛이다.

“근데 선생님, 집밥일 땐 싫은데 외식하면 먹히는 건 왜 그래요?”
말투가 참 다정하다. 조용한 호기심이 있다.
너희들은 정말 작은 것 하나도 궁금해하는구나.


그러다 떡볶이, 핫도그, 마라탕이 나오는 날이면
그 모든 철학은 잠시 멈춘다.
평소에 번개처럼 움직이던 아이들이
갑자기 의자에 조용히 붙는다.


아스파라거스를 사랑하는 너도,
알러지로 과감히 빼고 가는 너도,
집밥에선 까다롭지만 외식하면 용감해지는 너도,
떡볶이 앞에서는 결국 한 끼의 기쁨으로 평등해진다.

맛 앞에서는 모두가 솔직해진다.


지금 이 순간 입에 넣고 싶은 작은 기쁨의 힘

너희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한 그릇의 기쁨 앞에서는 모두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나는 그 표정을 볼 때마다 깨닫는다.

솔직한 너희들은,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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