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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Mar 07. 2019

<캡틴 마블>이 보여주는 마블의  스토리텔링

<캡틴 마블>이 기대보다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1989년, 파일럿으로 근무하던 캐럴 댄버스(캡틴 마블)는 사고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되는데 다행히 우주 너머에 존재하는 크리 족에 의해 구조된다. 크리 족은 모든 행성을 파괴시키는 스크럴 족과 전쟁 중으로 캐럴 댄버스는 크리 족을 위해 초능력을 사용해 스크럴 족을 처치하며 전사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 사고로부터 6년 후, 캐럴 댄버스는 여느 때처럼 스크럴 족을 처치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그들에게 급습을 당하고 가까스로 탈출하다가 우주선의 폭발로 스크럴 족과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큰 기대를 끌어안고 <캡틴 마블>이 개봉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개봉이 한 달여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치가 이미 임계점을 넘은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 <캡틴 마블>의 소구력은 그렇게 견고하지 못했다. 모든 기대치를 논외로 하고 오로지 캡틴 마블의 솔로 무비라는 것에만 주안점을 둬도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마블 스튜디오가 기존 작품들로 히어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눈을 너무 높여 놓은 까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관객들이 히어로 영화에서 으레 기대하는 스펙타클한 액션과 더불어 사회 현상과 결부된 히어로&빌런의 내적 고민을 놓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시빌워>의 공항 액션 씬에서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절묘한 타격의 합과 화려한 비쥬얼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생명체의 과도한 증식으로 온 우주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생명체 절반을 희생시켜 나머지 절반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속, 타노스의 논리는 우리를 딜레마에 잠기게 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다양한 층위에서 관객을 만족시킨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캡틴 마블>은 표면적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이러한 제작 철학을 이어 받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마블 스튜디오 영화들 중 이전 영화들이 가장 많이 오마주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주 너머에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지구로 불시착한 후 지구인들의 도움을 받아 영화 말미에 각성한다는 설정은 <토르: 천둥의 신>과 유사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의 붕괴를 경험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진실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설정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유사하다.

 이전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캡틴 마블>은 주인공이 히어로의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스토리를 전개한다는 점이다(토르조차도 지구에 불시착 했을 때는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캡틴 마블의 솔로 무비는 이전의 마블 히어로의 솔로 무비와는 달리, 능력이 아닌 진실을 찾는데 몰두한다. 목적의식 때문인지 <캡틴 마블>은 이전 영화들과는 로드 트립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시대적 배경으로 차용한 1990년대의 풍경과 패션, 음악을 경험하는 것과 캡틴 마블의 진실 찾기에 동참한 콜슨과 닉 퓨리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적극적으로 휴머니즘에 대해 설파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캡틴 마블이 찾고자 하는 진실은 6년 이전을 기점으로 사라져버린 자신의 기억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원인에 근거한 진실 찾기지만 이윽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녀의 진실 찾기는 개인적 영역을 초월한 '자기 반성'으로 변모한다. 스크럴 족에 대한 크리 족의 무차별적 섬멸 작전이 사실은 스크럴 족이 크리 족의 지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행됐다는 '도덕적 반전'은 크리 족의 히어로로 활동했던 캡틴 마블에게 극도의 죄책감을 부여한다. 스크럴 족은 그저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원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크리 족에게 계속해서 들어온 '망각은 선물', '모든 크리를 위한 헌신'이라는 말들은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던 셈이다. 캡틴 마블은 이제 자신의 과거와 스크럴 족에 대한 학살을 바로잡기 위해 나아간다. 이 진실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1) 인디언에게 미국이 저지른 무차별적 학살에 대한 반성을 비롯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배회할 수밖에 없는 난민들의 삶에 대한 고민 2) 진실을 모른 채 악행에 가담했다고 해도 악행에 대한 속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


여전히 마블다웠지만 온전히 마블만큼은 못한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서사의 골격 자체는 튼튼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캔틴 마블>은 캡틴 마블이 타노스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을 능력적으로 어필하는 한편, 그런 그녀가 지금까지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오지 못한 이유 역시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이것만 본다면 <캡틴 마블>은 꽤나 마블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골격을 잇는 이음새에 마블 스튜디오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크리 족의 논리와 설정은 지금까지 마블 영화에 등장한 빌런들과는 달리, 지나치게 평면적으로만 다뤄진다. 빌런의 일차원적인 평면성은 그에 조우해야 하는 캡틴 마블 역시, 평면적으로 추락시킨다.   

 역설적으로 <캡틴 마블>은 마블스럽되(설정), 마블스럽지 못했기 때문에(설정을 풀어나가는 방식)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편으로는 마블 스튜디오의 전매특허인 타격감 넘치는 스타일리쉬한 액션 기법 역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영화 속 캡틴 마블액션 씬이 시원시원하게 느껴졌을지는 모르나 박진감 내지 타격감은 확연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일련의 아쉬움은 타노스라는 우주적 강자에 대적할 먼치킨을 다루는 마블 스튜디오의 시행착오라고 감안하고 눈감아주는 수밖에.


 <캡틴 마블>이 <어벤져스: 엔드게임>는 차치하고서라도 향후 펼쳐질 마블 세계관을 위해서라도 한 번은 관람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마블 스튜디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우주로 세계관을 부지런히 확장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캡틴 마블>은 보다 뚜렷한 청사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받은 탓에 캡틴 마블에 대한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것이 <캡틴 마블>의 서사적, 스타일적 공백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서사의 재정립을 통해 <캡틴 마블>의 속편은 보다 짜임새 있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PS. 오랜만에 찾아 뵙습니다. <캡틴 마블> 리뷰 재밌게 읽으셨나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영화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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