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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May 07.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늦은 리뷰

마블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제목: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감독: 안토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토니 스타크 役), 크리스 에반스(스티브 로저스 役), 조슈 브롤린(타노스 役)

#2시간 29분 #10주년 축하 #표지에만 23명 #타노스 넘사벽 #토르는 신이었어


 마블 스튜디오가 그려낸 한편의 큰 그림이 완성에 치닫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Part 1은 내년에 개봉할 Part 2를 위한 애피타이저일 뿐이다. 스토리 라인에 있어 미진한 부분은 있었지만 마블 스튜디오는 20여 명이 넘는 히어로들의 협업에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무난하게 잘 묶어냄으로써 Part 2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예고했다. 한편으로는 캐릭터들의 외형적 변화와 액션 씬까지 알뜰살뜰하게 챙김으로써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블 스튜디오는 역시, 마블 스튜디오였다. (DC 반성해)


<인피니티 워>. 이것만 알고 가자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 1>(2008 作)을 출발선으로 10년 동안 전체 18개 작품을 제작했고 이 모든 과정은 <인피니티 워>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큰 그림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알고 가자. 바로,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와 페이즈(Phase)다. MCU는 마블 스튜디오가 영화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세계관으로 원작인 마블 코믹스(만화책)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인피니티 워>를 예로 들면, 코믹스에서는 타노스가 '죽음'이라는 환심을 사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이유로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다.

 페이즈는 마블 스튜디오가 MCU에서 개별 히어로 작품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묶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별 히어로 영화 ⊂  페이즈 ⊂ '인피니티 워'라는 큰 그림. 



페이즈 Ⅰ(기반 다지기): 어벤져스의 메인 히어로들의 탄생을 보여준 후, 교집합이 전혀 없는 이들이 어벤져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아이언맨 1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천둥의 신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어벤져스1 
페이즈 Ⅱ(고민과 정체성 강화):  페이즈Ⅰ에 등장한 히어로들에게 히어로서의 자질에 대한 내적 갈등을 겪게 해 캐릭터의 입체성을 부각하는 한편, 새로운 히어로들을 등장시켜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아이언맨 3 #토르: 다크 월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져스 2 #앤트맨
페이즈 Ⅲ(유대감 강화와 세대교체 준비): 어벤져스 외의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며, 히어로들 간에 갈등 및 협력으로 유대감이 강화된다. 또한, 여느 페이즈보다 타노스의 존재가 강하게 암시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 마블 #인피니티 워 4


 총 3개의 페이즈의 공든 탑으로 형성된  <인피니티 워>는 5월 6일 기준으로 84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마블 스튜디오는 <저스티스 리그>처럼 어떠한 개연성도 없이 히어로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거쳐 개별 히어로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들이 서로 공명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냄으로써 캐릭터와 관객 사이에 형성될 수 있는 이질감을 해소했다.

 

<인피니티 워>가 다소 심심했다던 당신에게

 

 포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만 23명. 그러나 영화 상영시간은 149분. 단순 셈법만으로도 캐릭터들에게 평균적으로 배당되는 시간이 6분 30초도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가 캐릭터 소개만으로 끝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모든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여 동일 사건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분량은 확보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캐릭터들에게 배당되는 분량은 훨씬 줄어든다. 


캐릭터에 집중하자니 클라이막스 스토리가 소홀해질 것 같고, 클라이막스 스토리에 집중하자니 캐릭터가 소홀해질 것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마블 스튜디오는 안정적으로 이 딜레마를 헤쳐나간다. 히어로들이 가장 최근에 등장한 영화의 엔딩을 곧바로 각 히어로의 오프닝으로 삼아 지체하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우선적으로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 맨 사단, 캡틴 아메리카 사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단같이 개별 히어로들을 각자의 가치관이 반영된 집합으로 분류시켰다.


part 1의 핵심은 수많은 캐릭터들을 '어떻게 작품 속에 자엽스럽게 녹여내는 가'에 있다.

 

 그리하여 차근차근 각 히어로 집합의 스토리를 전개하되 이들이 '타노스 저지'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하나가 되도록 연결망을 촘촘히 짠다. 사실상 <인피니티 워>part 1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에 블록버스터급 액션 씬이 몰려 있어도 전반적인 부분에서 다소 심심함을 느끼거나, 개연성을 짚어내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을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원작을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part 2를 위한 부연 설명에 치중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part 1은 호크룩스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해리포터가 왜 호크룩스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part 2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격돌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다소 심심하다는 평을 들었으나 덕분에 part 2가 빛날 수 있었다.

 <인피니티 워> part 1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피날레를 한 편으로 압축하는 것은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피니티 워> part 1은 마블 스튜디오가 그동안 작품들 속에 숨겨놓은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이스터에그(제작자가 작품 안에 숨겨놓은 떡밥)를 회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가모라의 과거에 대한 이스터에그가 가장 예상 밖이 아니었나 싶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 와중에도 휴머니즘을 넣는구나 (존경;;)


 영화 산업은 제작 규모가 여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비해 방대하기 때문에 제작 준비 기간이 훨씬 길다. 그래서 힘든 산업이다. 영화가 개봉될 시기의 사회적 가치관, 트렌드를 미리 예상해야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마블 스튜디오가 현 시점에서 개봉한 <인피니티 워>에 담고 싶었던 가치관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블 스튜디오의 휴머니즘 사랑은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거.

 마블 스튜디오의 가치관을 가장 잘 반영한 히어로는 모범생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는 '결과보다 과정의 윤리적 타당성'에 초점을 두고 행동하는 히어로다. 이는 <시빌 워>에서 아이언 맨과의 대립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고 방지를 위해 히어로들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초인 등록법'을 두고 이에 찬성하는 아이언 맨과는 달리, 캡틴 아메리카는 히어로의 인간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시빌 워> 의 한 장면.  히어로들의 인격권을 두고 충돌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인피니티 워>는 이러한 휴머니즘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피니티 스톤을 소유한 히어로들은 스톤을 넘기지 않으면 동료를 죽이겠다는 타노스의 협박에 하나같이 스톤을 넘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예외로 치자) 결국은 과정의 윤리적 타당성이다. 그게 설령, 우주의 존망이 걸린 대의라고 할지라도 이를 위해 무고한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른바 마블 스튜디오의 정언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히어로들의 이와 같은 선택은 타노스가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키는 행위에 대한 방관 내지 묵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이처럼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 히어로들을 던져 놓았다.  물론, 딜레마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어느 결정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첨예한 논쟁에서 마블 스튜디오가 선택한 대답은 '옳지 못하다'였다.


트롤리 딜레마: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롤리 기차가 질주하는데 이대로 가면 5명이 죽는다. 당신은 선로를 변경해 1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이들을 살릴 수 있다. 당신의 선택은?  


 생명체들의 과도한 증식으로 우주가 파멸되고 있으니 모두의 생존을 위해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켜야 한다는 타노스의 논리 자체 역시 마블 스튜디오의 윤리적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주제다. 생명체 절반의 생존을 위해 생명체 절반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은 결국, 트롤리 딜레마에서 수적 변화만 이뤄졌을 뿐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 원작인 마블 코믹스에서 타노스가 인피니티 워를 일으킨 이유는 '죽음'이라는 존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마블 스튜디오가 부득이 원작을 어기면서까지 스토리에서 타노스에게 이와 같은 역할을 부여한 것은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한 서사적 장치라고밖에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인피니티 워>에서의 딜레마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A가 살기 위해서는 B가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와 B 모두 죽는다. 


 휴머니즘은 즉,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다. <인피니티 워>는 B의 인간성이 A의 인간성이 존재할 수 있도록 희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타노스의 계획을 들은 히어로들은 영화 속에서 타노스에게 미쳤냐고 말한다. 따라서 마블 스튜디오는 패배할 확률이 99%인 이 대결 속에서 결국, 히어로들이 승리하게 함으로써 '휴머니즘'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타노스가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키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빈약한 것은 여전히 아쉬운 지점이다.


 즉, DC의 영화들이 선과 악의 구분이 흐려진 상황 속에서 선과 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라면 마블의 영화들은 <인피니티 워>에서 알 수 있듯이 선과 악이 분명한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왜 선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DC의 영화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주제의식도 가볍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소프트하다. <인피니티 워>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우리가 사랑한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때


  <인피니티 워>는 페이즈 Ⅲ의 종착역으로 히어로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구간이 될 것이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결국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켰을 때 남은 히어로들은 MCU 초창기 작품에 참여했던 히어로들로 사실상 <어벤져스 1>의 멤버들이다. 사실상 part 2는 이들이 타노스와 대결을 거쳐 소멸된 생명체들과 히어로들을 되살려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MCU의 양대산맥을 맡았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은 <인피니티 워> 이후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part 2는 상당히 감정적인 연출들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이 마블 영화의 팬이 되도록 만들었던 히어로들과의 이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창기 멤버보다 더 화려하고 강력한 히어로들이 등장했지만 우리가 처음 <어벤져스>를 봤을 때의 흥분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마블의 히어로들을 보며 함께 자라온 이들이 많다. <아이언맨 1>을 초등학생 때 본 아이는 벌써, 성인이 됐다. 이러한 상실감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인피니티 워>는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part 1, 2로 존재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마블의 광팬으로서 <인피니티 워>까지 흘러버린 시간이 어색하고 아쉽지만 그럼에도 <인피니티 워> part 1을 통해 part 2에서 떠나갈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인피니티 워> part 1은 무난한 영화였다. 관객들의 기대를 딱 충족시킬 정도. 어쩔 수 없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part를 구분했을지라도 이 방대한 세계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블스튜디오는 마블 스튜디오였고 part 2를 기대하게 한다. 


ps. part 2에서는 자막이 정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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