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한 책과 그 배경
책은 시대의 거울입니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갈고닦고,
자식에게 물려줄 ‘삶의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떠올리는 ‘사서삼경’ 같은 유교 경전만이
그들의 책장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선의 서재에는, 더 다양하고 현실적인 책들이 있었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에는 그들 삶의 고민과 열망이 담겨 있었지요.
조선시대 초중기, 가장 널리 보급되고 사랑받은 책은
다름 아닌『소학』이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도덕과 예절, 부모 공경, 형제 우애,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유교 입문서였죠.
세종은 이 책을 국가의 교육 교재로 삼았고,
중종 이후에는 향약과 병행하여 마을마다 소학 교육이 이루어질 정도였습니다.
말하자면 ‘초등 윤리 교과서’이자 ‘생활 인문학 입문서’였던 셈입니다.
『소학』이 양반 자제들의 인격수양서였다면,
『명심보감』은 신분을 막론하고 백성들 사이에서 읽히던 생활 지침서였습니다.
쉽고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서당에서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즐겨 읽었고
‘어른들의 가훈’, ‘아버지의 인생 조언’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되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
“작은 일을 가볍게 보지 말라”,
등의 구절이 이 책에 실려 있지요.
고사성어의 원천이 되는 짧은 이야기들과 교훈들이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이유입니다.
선비들이 밤을 새우며 읽던 책 중 하나는 바로 『심경』입니다.
명나라의 학자 진덕수가 엮은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
즉 ‘마음공부’에 집중한 유가 철학서였습니다.
과거 시험 준비로 지친 젊은 선비들부터,
벼슬길에서 상처 입은 중년 유학자까지,
이 책은 삶의 위로이자 정신적 지침이 되었죠.
정조는 이 책을 매우 중시했고,
이후 규장각에서도 ‘청년 인재’의 필독서로 권장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곧 세상을 다스리는 준비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조선 여성들도 책을 읽었습니다.
특히 양반가 부녀자들은 『여사서』라 불리는
『여경』, 『여범』, 『내훈』, 『열녀전』 같은 책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내훈』은 세종의 부인 소헌왕후가
세자빈들에게 전한 교훈서로,
여성의 교양서이자 교육 지침서로 널리 읽혔죠.
여성의 역할을 고정시키는 데 사용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지적인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공부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가장 널리 읽힌 책들은
한결같이 ‘바르게 사는 법’을 담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소 교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였던 셈이죠.
우리가 지금 에세이를 읽고, 심리서를 찾고, 인문서를 손에 드는 이유와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책은 늘 사람을 비춥니다.
그리고 조선의 책장 위에도,
지금 우리의 고민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