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사랑법

왕부터 백성까지, 연애는 어떻게 했을까?

by 모두의국사쌤

“그 시절엔 사랑도 조용했을까?”

한복을 입고 걷는 사극 속 장면을 보다 보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조선시대, 사랑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요?

우리가 익히 아는 사극의 로맨스처럼

비밀스러운 눈빛, 꽃잎 사이 편지,

그리고 금지된 사랑의 설렘이

정말 그 시대의 연애 풍경이었을까요?

생각보다 조선의 사랑은,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급에 따라 달랐던 사랑의 풍경,

혼인제도와 연애의 구분,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마음 표현까지

조선의 ‘사랑법’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궁궐의 사랑 – 왕과 왕비, 그리고 후궁

왕의 사랑은 정략과 권력의 그림자 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왕비는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선택된 여인이었고,

사랑의 감정보다 ‘국가의 어머니’로서의 책무가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왕이 감정을 억눌렀던 것은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소헌왕후와의 사이에서 18남 4녀를 두었고,

태종 역시 원경왕후를 깊이 아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다고 후궁들과의 관계가 단순한 권력욕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조는 후궁 의빈 성씨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애틋함은 편지와 시로도 남아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체제 안에서 사라졌고,

어떤 사랑은 체제 속에서도 피어났습니다.


양반가의 사랑 – 혼례는 있었지만 연애는 없었다?

양반가에서는 혼인이 곧 ‘가문과 가문의 계약’이었습니다.

중매결혼이 기본이었고, 당사자의 의사는 뒷전이었죠.

“눈도장 한 번 없이 시집을 갔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닌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연애는 있었습니다.


규방가사에는 ‘그립고 아련한 그대’에 대한 시가 담겨 있고,

사당패와 시인의 노래에는

밤을 새워 그리움을 읊는 연인의 목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서당 훈장님과 제자,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와 마을 처녀,

우연한 만남에서 피어난 조심스러운 마음은

언제나 있었고, 또 이어졌습니다.


평민과 상민의 사랑 – 가장 인간적인 연애

백성들의 연애는 더 현실적이었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면 눈치껏 만나고,

산으로 물가로 몰래 데이트도 나갔습니다.

‘야유회’라 불리던 정월대보름, 단오절 같은 절기에는

젊은 남녀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가 생겼죠.

평민들은 혼인을 하기 전

‘소박한 연애’를 경험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도 가능했습니다.

혼인 적령기의 여성은 방물장수가 가져다준 거울을 보며,

자신을 꾸미고 짝을 기다리는 마음을 키웠습니다.

물론 남존여비가 강한 시대였지만,

삶 속에는 분명한 감정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사랑은 꼭 허락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사랑을 나눈 방식 – 말 대신 정성

조선시대에는 감정을 말로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이 ‘행동’으로 말해졌습니다.

직접 지은 시를 종이에 적어 몰래 전하기

아끼던 물건을 건네며 마음 표현하기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찾아와 함께 젖는 마음

혼례 전, 짚신 한 짝 몰래 놓고 가는 낭만적인 풍습

그 시대의 연애는 지금처럼

카카오톡이나 사진, 영상 대신

조용한 편지, 목소리, 눈빛,

그리고 긴 기다림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랑이 죄가 되던 시대

하지만 모든 사랑이 축복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은

법과 도덕으로 단죄되었고,

특히 여인의 마음은 ‘정절’이라는 이름 아래

철저히 통제당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도피는 ‘간통죄’로,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은 ‘치정’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래도 그 시대 사람들은 사랑을 했고,

사랑 때문에 눈물도 흘렸습니다.


마치며 –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종종 옛사람들의 감정을

지금보다 덜 격렬하고, 덜 섬세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선의 사랑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 시절에도 누군가는 설레었고,

또 누군가는 마음 아파했습니다.

사랑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방법은 달라도,

두 사람 사이의 온기와 망설임, 기다림과 설렘은

어느 시대나 같지 않았을까요?

조선의 사랑법,

그건 결국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과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글 창제는 왜 위대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