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아주 많아요

세상의 모든 맏이들을 위하여

by 고운 저녁

2012년에 만든 「형제가 아주 많아요」는, '숫자 그림책 3부작'의 마지막 책입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내 이름은 1.

내게는 아주 많은 형제들이 있어. 셀 수도 없이 많아.

얼핏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거짓말이 아니야. 진짜 중의 진짜라고.

내 형제들의 수를 전부 세서 외우는 건 불가능해.


쉽게 설명하자면,

해변가의 모래알들의 수에 밤하늘에 뜬 별들의 수를 곱해서,

거기에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동물, 물고기, 새, 벌레들의 수를 전부 더한 것보다도

훨~씬, 훨~씬 많다니까~.



그렇지만 단 한 사람 '제로마마'는 우리 형제들의 이름을 전부 셀 수 있어.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이건 진짜 중의 진짜야.


나는 제로마마의 첫 번째 아이이고, 제일 가까이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잘 안다고.



제로마마는 많은 아이들을 원했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 많이 태어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대.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내가 태어난 후에도 계속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해.



내가 유치원에 들어갈 만큼 자랐을 때, 이미 많은 형제가 있었는데

여전히 새 형제들이 태어나고 있었어. 그때 난 생각했지.


"마치, 냄비에서 팝콘이 퐁- 퐁- 포퐁- 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어.


제로마마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형제가 많으면 좋은 일도 많지만, 요즘엔 싫은 일만 생기고 있어.


제로마마는, "네가 태어난 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단다"라고 미소 지으며 말하지만,

난 기억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요즘 혼나기만 하니까 더 믿을 수가 없어.


첫째여서 참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게다가 참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않고.



특히 바로 아래 여동생인 2는, 아주 심술꾸러기인 데다가

자기 맘대로이고, 말도 안 듣고, 행동도 거칠고, 내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나를 바보 취급하고... 정말 싫은 점이 산처럼 많아.


제로마마는, 2가 그러는 건 내가 너무 좋아서래.

내가 뭐든지 잘하니까 같이 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2는 지금 나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이야!



그렇지만, 3은 귀여워. 내 말을 잘 들으니까.

4는 가끔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5는 멋져서 좋아.

6은 여자 형제끼리 조용히 노니까 별로 상관없어.

7은 같이 있으면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함께 잘 놀아.

8은 다이어트한다고 과자를 내게 줘서 좋아.

9는 조용한 성격 탓인지 다른 사람하고 별로 안노는 게 신기해.

10은 자유로운 성격 때문에 제로마마를 걱정시키지만, 나한테는 친절해.



우리 형제들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까 이만 할게.

솔직히 지금 나는 100까지의 형제 밖에 외우지 못해서 그 이상은 말할 수도 없어.


그런데 제로마마는 정말 대단해~ 우리 형제들 이름을 전부 알아. 천재인가 봐.

나도 언젠가는 우리 형제들 이름을 전부 외워서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려고 해.


제로마마한테는 아직 비밀이야~!



앗! 2가 또 나한테 오고 있어.

"오빠, 이거 뭐~야? 한 개만 줘~"

"어휴, 알았어. 자~"

"고마워~ 오빠가 제일 좋아!"

"넌 정말 못 말려~"


이러쿵저러쿵해도 역시 2랑 제일 많이 노는 것 같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옆에 딱 붙어있거든.



퐁- 퐁- 포봉- 퐁~~~

퐁- 퐁- 포봉- 퐁~~~

퐁퐁- 퐁- 포봉- 퐁~~~





첫째 아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건, 아이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시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쏠리던 모든 사랑을 이유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생명체와 나눠야 하니까요.

심지어 다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누워서 버둥거릴 때는 귀엽기도 하고, 놀이 상대가 생긴 것도 기쁘고,

형이나 누나, 언니 노릇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 녀석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이 그림책은, 7년이나 늦게 나타난 동생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어야 했던 첫째 아이를 위한 것입니다.

YR, YJ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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