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울 때면

by 고운 저녁


그리울 때면


마흔다섯에도

나는 그를 아빠라 불렀다

입술이 첫소리를 틔울 때처럼


희끗희끗 번져가는

수채화 같은 머릿결을 쓸어내리며

오늘도 무심코

숨 끝에서 새어 나오는

아빠―


그는 대답을 다 써버렸다

돼지저금통 깨뜨려

담배 외상값 갚던 날처럼


이제와 애걸하듯

아버지―라 불러도

귀는 이승에 없다


백수, 천수를 누려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 나올

숨 끝 여린 바람,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