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밭 위
팔랑팔랑
그림처럼 고운 나비들
며칠째
렌즈에 담았다
나비가 스칠 때마다
몽글몽글 까맣고 예쁜
구슬이 맺혔다
배춧잎에 송송
구멍이 뚫렸다
여린 잎맥 따라
톱니무늬가 번졌다
어느 날
튼실한 애벌레와
배춧잎 사이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의 사명은 배추 지킴이
신의 질서는 깜빡 잊은 척
재앙의 루시퍼가 되었다
애벌레들을
기어이 뜯어내
어둠 속 하수구로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