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배신

by 고운 저녁


나비의 배신


배추밭 위

팔랑팔랑

그림처럼 고운 나비들

며칠째

렌즈에 담았다


나비가 스칠 때마다

몽글몽글 까맣고 예쁜

구슬이 맺혔다

배춧잎에 송송

구멍이 뚫렸다

여린 잎맥 따라

톱니무늬가 번졌다


어느 날

튼실한 애벌레와

배춧잎 사이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의 사명은 배추 지킴이

신의 질서는 깜빡 잊은 척

재앙의 루시퍼가 되었다


애벌레들을

기어이 뜯어내

어둠 속 하수구로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