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불면

by 문성 Moon song Kim
늘말086.jpg


3. 우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물러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아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젠가 단둘이 그가 나고 자랐다는 시골에 놀러 가던 그 어느 날과 꼭 같았다.

그때에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게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옆얼굴이었다. 높은 이마에서 짙은 눈썹 그 아래로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코끝으로 이어지는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찬찬히 훑었다. 익숙한 그 얼굴을 처음 보는 보물처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열 때마다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살짝 올라갔다. 나직하면서도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아아, 그가 정말 내 곁에 있구나, 그래, 우린 헤어진 게 아니었어, 다정하게 마주 보는 눈길에 눈물이 핑 돌았다.


버스가 멈추고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버스에서 내렸다. 그가 내 손을 잡으며 이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손을 맞잡으며 알았다고 답하는데 가슴이 조여들었다. 왜 이리 가슴이 아픈 걸까 의아했다. 손을 꼭 쥐고 있는데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순간 그가 사라졌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보이질 않았다. 그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버스 앞에 서서 그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유유히 오가는 사람들 속에 나 하나만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랐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 닿는 대로 사람들을 붙잡고 그인지 아닌지 확인했다. 미친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며 사람들을 헤치고 다녔다. 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절박하게 그를 찾는데 버스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걸었다. 서서히 문을 닫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닫히는 문틈으로 뛰어들었다. 혼자 버스에 오르고 말았다. 그리곤 깨달았다. 그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울음이 터졌다. 곧이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볼을 타고 귓바퀴로 흘러내리는 눈물이 뜨거웠다. 무언가를 꼭 쥐고 있는 두 손이 얼얼했다. 뒤늦게 눈을 떴다. 나는 이불자락을 움켜쥐고 이부자리 위에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이부자리 너머 책상이며 반쯤 열린 옷장의 윤곽이 보였다.


꿈이었다. 꿈속에서 그가 사라진 것이었다. 꿈이 아니라 방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생생했다. 눈물이 멈추질 않고 흘러내렸다. 또다시 똑같은 꿈을 꾼다면 그 꿈에서도 역시 안도하고 초조해하다가 결국에는 울음을 터뜨리며 깨고 말 게 분명했다. 꿈속의 그는 무표정하게 헤어지자 말하던 그가 아니었다. 부드럽게 내 이름을 부르던 그였다. 꿈이었다는 걸 알고도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