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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라강

by 문성 moon song

앙가라강 정보를 찾아본다. 위키피디아와 여행정보들을 뒤지며 다시 한번 읽어보는 이름. 앙가라. 이르쿠츠크가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낭만적인 별명이 붙을 수 있도록 맑은 물로 도시를 흐르는 강.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담수호, 바이칼에서 시작되는 유일한 강. 전체 길이는 1779km.
나는 짐작해보려 해도 할 수 없는 그 어마어마한 길이의 지극히 일부를 보았을 뿐이었다. 숙소에서 도심으로 갈 때에도, 도심에서 숲을 따라 산책할 때에도, 강을 따라 걸어야 했으니까. 어차피 도심이 이전의 도시들에 비해 손바닥만하다 할 정도로 작았기에 이르쿠츠크에서의 대부분은 앙가라강에서 보냈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 구불거리며 폭이 좁아졌다 넓어지는 강은 언저리도 수풀이나 나무가 우거진 그대로 늘어서 있었다. 한참을 따라 걷다가 풀밭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건너편을 바라보면 오오래된 목조가옥들이 햇살 속에 가물거렸다.

스케치를 하던 종이 위에 그대로 그려버린 앙가라강 저편. 스케치북 종이질이 좋지 않아서 지우지 못하고 남긴 연필자국. 자국을 더듬으며 그림을 그리던 그때를 더듬는다. 하염없이 하얗게 반사되는 수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또 보냈었다. 나는 무얼 바라고 여기까지 왔는가. 여행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살고 싶은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차마 꺼내보지 못했던 질문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어 어지럽게 뒤엉켜도 수면은 한없이 잔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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