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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by 문성 moon song

바이칼을 제대로 보게 된 건 하루가 지나고 난 뒤였다. 한여름이었음에도 추위때문에 자다 깨서 갖고 있던 옷을 몽땅 꺼내입고 이불을 둘둘 말고 누웠다가 늦게 일어난 그날. 점심이 다 되어 산책을 나섰는데 여전히 서늘했다. 그 탓인지 햇살은 더욱 맑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들이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잔잔하게 찰랑거리는 물가에서 모래와 자갈을 밟으며 바라보는 아득한 수평선은 차라리 망망대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거기에 더해 물가를 따라 가파르게 솟은 절벽과 거친 암석 그리고 그 틈새로도 용케 자라나 우뚝 선 푸른 소나무. 문득 동해바다가 떠올랐지만 모든 게 조금씩 달랐다. 빛깔도 공기의 감촉도 누른 땅도. 그 중에서도 가장 달랐던 것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바이칼이었다.
호숫가에 서서도 일렁이는 수면 아래 커다란 바위들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바위 사이 자갈들과 함께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가라앉은 바닥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나 있었다. 바위 너머 모래로 이어지는 밑바닥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어 아찔했다. 우두커니 서서 나중에는 털썩 주저 앉아서 한참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데 숙소에서 만난 이들이 한두명씩 인사를 하고 말을 걸기도 하고 내 곁에 나란히 앉아 같이 바이칼을 바라보고 또 자리를 털고 가기도 했다. 나는 누군가 먼저 말을 걸면 반가워 함박 웃다가도 자꾸만 가까이 다가오면 어색해하며 침묵했다. 서툰 영어로 신나게 대화하다가도 영어권 여행자들끼리 속도를 높어 떠들어대는 수다에 끼지 못해 풀이 죽기도 했다. 여럿이 보내는 시간이 좋다가도 이제는 그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바라기도 했다. 내 안에서 온갖 종류의 감정이 일었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흔들리고 갈라지며 움직이는 내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바이칼에 비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바이칼 호수(러시아어: О́зеро Байка́л, 부랴트어: Байгал далай, 몽골어: Dalai-Nor, 문화어: 바이깔 호)는 유네스코세계유산이며, 이름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의 바이쿨이 어원. 약 2천5백만-3천만년 전에 형성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담수호. 길이 636 km, 폭 20~80 km, 면적 31,494 km², 깊이 1637 m로,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민물호수이며,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바닥은 해수면보다 1285 m 아래로, 내륙에서는 가장 낮은 호수. 또 투명도가 뛰어난 호수(약 40m)로서도 세계적으로 유명. 부피는 23,000 km³로, 북아메리카오대호를 모두 합한 크기이며, 지구상의 민물의 20%에 해당하는 양.
바이칼 호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하다면,
https://ko.wikipedia.org/w/index.php?title=%EB%B0%94%EC%9D%B4%EC%B9%BC_%ED%98%B8&oldid=15964539


알흔섬(Ольхон)은 시베리아에 있는 바이칼 호수에서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 ‘올혼’은 부랴트 말로 ‘메마르다’란 뜻 . 세계 담수의 20%가 모인 바이칼 호수에 떠 있는 섬이지만 정작 그 안에 강은커녕 시냇물 하나도 흐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알흔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면,
http://russiafocus.co.kr/travel/2013/08/05/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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