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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폐관수련인 Mar 07. 2024

유채꽃이 필 무렵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부터

"많이 힘들지?"

지난 4년간의 유학 생활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혼자 사는 게 외롭거나, 공부에 지쳐 잠 못 이루는 내가 안타까워서 하는 안부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화가 나거나 무력감을 느낄 때는 언제나 나의 부족한 능력과 짧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게 대부분이었다.


매일 같이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쳐다보는 이는 손님 상대하는 부모님보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유학에 절실했고, 때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이미 떠나와 공부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마냥 좋았다. 지난 17년간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사실 오롯이 혼자 공부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하는 공부는 가족들과 함께 동반하고 있다. 그들이 내게 주는 에너지는 내가 꺾이지 않도록 비바람을 막아준 것과 같다. 그렇게 모질이 같이 실수해도 실패는 없었다.


나는 언제나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부족한 생각,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다른 길을 바라볼 수도 없었고, 위험스럽게 학자가 되는 한 길만을 고집했다. 이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외길 인생에 연구가 좋아지게 되었지만, 그저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다른 삶 살아갈 수 있는 그들의 또 다른 가능성이 되고 싶은 게 목표였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바다 너머 도착한 어딘가, 막상 떠나오니 갈수록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라고만 깨닫게 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드디어 이곳에서 함께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1991년 유채꽃이 필 무렵, 나를 가진 부모님은 이제 세월이 흘러 당신의 아들이 과학자로 탄생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당신의 아들이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도록 멀리서 불어준 바람 덕분에 길을 잘 찾아올 수 있었다. 어둡고 추운 건 문제 되지 않았다. 매번 말하는 거지만, 당신의 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이제 첫 모험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다음의 여정은 이제 차차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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