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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l 30. 2020

레드펀의 토니의 결혼식

모든 사랑은 똑같다. 그래서 동성 결혼도 합법하다.  

2017년 9월 12일부터 11월 7일까지 두 달간 동성 결혼 합법화(Same Sex Marriage, SSM)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주는 매년 2월 말에 마디 그라스(Mardi Gras)라고 하는 게이, 레즈비언 축제도 있을 정도로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대하고, 또 자기일 아니면 무심한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YES' 찬성으로 형성되고 이제는 드디어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그때 용감한 한 남자가 나타난다. 바로 위 벽화(Mural)의 신랑이자 신부인, 토니 애봇(Tony Abbott)이다. 그는 맨리(Manly)가 있는 와링가(Warringah)가 지역구이고 2009년부터 현재 여당인 자유당(Liberal)의 리더였고, 다수당의 리더가 국무총리(Prime Minister)가 되므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국무총리(Prime Minister, PM)까지 지낸 인물이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지역 소방봉사대원으로 2019년 호주 산불 때도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사생활면에서는 사이클(Cycling) 마니아인 FM 같은 정치인이다. 


그가 앞장을 서서 'No'를 외치기 시작했다. 사회분위기 자체가 No라고 말하면 배신자가 되는 분위기여서 누구도 쉽게 No를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는데 그의 종교적 신념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니오'라고 말해도 괜찮아(It's okay to say 'No')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큰 목소리를 못 내던 기독교를 중심으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No 운동을 펼쳐 나갔다. 결국 2017년 11월 17일 의무투표가 이님에도 79%의 높은 투표율로 62%가 동성결혼의 합법화에 찬성을 하였다. 투표 후 11월 29일 신속히 입법 발의가 되어 상원(Senate)을 43:12로 통과하게 되고, 12월 7일 하원(Member of Paliment)에서도 통과하여 총독의 재가로 12월 9일 법이 발효가 되고 12월 15일 첫 동성 결혼식이 시드니 시청에서 열리게 되었다. 


잠시 호주의 입법과정을 설명을 하면, 일단 상원, 하원의 양원제도이다. 상원은 6개 주에서 12명 그리고 호주 특별주 (Australian Capital Teritorry, ACT),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NT)에서 각각 2명 해서 총 76명이고 하원은 인구비례로 직접 선거하여 150명, 임기는 3년이다. 선거 후 다수당의 리더가 국무총리(Prime Minister, PM)가 되고 법을 발의하면 상, 하원 통과 후 최종적으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명한 총독(General Governor)의 서명으로 시행되는 입법 군주제의 나라이다. 그래서 영연방 국가(Commonwealth of Australia)이다. 


정당을 살펴보면 크게 자유당 (Liberal)과 국민당(National)이 연합하여 중도우파의 성격인 연합당(Coalition), 중도좌파인 노동당(Labor), 우파인 한나라당(One Nation), 좌파인 녹색당(The Green)이 있다. 2013 여당인 연합당(Coalition) 중 자유당(Liberal)의 리더였던  토니 애봇(Tony Abbott, 2013~2015), 말콤 텀블 (Malcome Turnble, 2015~2018) 그리고 스콧 모리슨 (Scott Morrison, 2018~현재) 이 국무총리를 하고 있다. 




벽화의 작가는 스콧 마쉬(Scott Marsh, 1984~)인데, 시드니에서 태어나 13살 때부터 스프레이로 그라피티(Graffiti)를 그리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University of NSW, UNSW)에 미술전공(Bachelor of Fine Arts, Painting) 학사를 졸업 한 아주 재미있는 작가이다. 뱅크시(Banksy)와 비교하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시드니의 뱅크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스콧은 2017년 9월 11일,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던 토니 애봇을 풍자하고 싶었고, 그의 지역구인 와링가의 중심 맨리(Manly)에 그리고 싶었지만, 결국은 히피(Hippie) 문화가 살아있는 레드펀(Redfern)의 헌터 코너 커피(Hunter Corner's Coffee)의 넓은 벽에 자리를 잡았다. 


운동으로 다부져 보이는 무지개 넥타이를 한 신랑 토니와 눈 화장과 수줍게 볼 터치 화장도 한 신부 토니가 너무 사랑스럽다. 특히 신부 토니는 제모하지 않은 가슴털이 야성미를 느끼게 하고 와라타(Warratha)와 골든 와틀(Golden Wattle) 같은 호주 토종 꽃으로 만든 부케를 안고 입을 약간 벌려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으니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다행히 'No'를 외쳤던 토니 자신도, 'YES'를 외쳤던 토니의 딸도 벽화를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5년이 지난 지금도 레드펀 스트리트(93 Redfern Street)로 가면 볼 수 있고, 주위에 스페셜리티(Specialty) 커피 하는 카페들도 많으니 꼭 가보자. 


벽화(Mural)는 꽃과 같다. 꽃 중에서도 조화가 아니라 피었다가 저버리는 야생화이다. 그래서 거리의 그림, 그라피티(Graffiti)는 많은 대중이 무료로 볼 수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래서 더욱 애뜻하고 나는 서둘러 기록으로 시간을 잡아둔다.  


이미 스콧의 작품 중에서 치펀레인(Chippen Lane)에 있는 카지노 마이크(Casino Mike), 텍 레인(Teggs Lane)에 있는 카네 러브 카네(Kanye loves Kanye) 같은 작품들이 이미 다른 벽화 아래로 묻혔다.   



LGBTs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뜻한다. 동성애는 사람뿐만 아니라 1,500종이 넘는 동물에게도 발견이 되었다. 고대에도 그리스식 사랑(Greek Love)이라는 동성애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비도덕적으로 치부되지 않았다. 그러나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로마에서 기독교가 허용된 이후 342년 처음으로 동성애에 대한 처벌이 입법화되었다. 이제 동성애는 신이 허용한 종족 번식을 위한 성교와 무관한 탐욕적인 죄악으로 간주되어 신을 모독한 죄로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2,000년 동안 계속되던 동성애자들의 박해는 유럽의 홀로코스트에 극을 달했다. 전쟁 후 산업과 도시의 발달로 한층 자유로워진 사회분위기와 활발한 인권운동으로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을 폐지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69년 6월 미국 뉴욕에서 2,000여 명의 시민이 동성애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일명 스톤윌(Stonewill) 사건이 발생한다. 2,000년부터 시작한 한국의 퀴어(Queer) 문화축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마디 그라스(Mardi Gras), 퀴어(Queer) 축제는 동성애를 권장하는 운동이 아니다. 동성애는 화학적인 약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미 1974년 미국 정신의학 협회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고 확정을 하였다. 


동성애는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태어나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대우와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동성애자에게 더 많은 특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사랑하며 차별받지 않는 행복 추구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동성이 아닌 이성을 좋아하는 성적 취향을 영어로 스트레이트(Straight)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리 동성애 축제를 해고 동성애 영화를 봐도 나같이 스트레이트인 사람이 동성애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성애를 허용하면 더욱 번진다는 애기는 사실이 아니다. 또 동성애로 인해서 에이즈가 많이 생긴다는 것 역시 사랑이 꼭 성행위만을 위한 것처럼 설교하는 개신교 목사님들은 보며 교회를 안 다니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서울에서 평화적으로 퀴어문화축제를 하고 있고 동성애자들은 프리허그(Free Hug)로 세상의 멸시와 차별을 이겨보려 했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 그들을 혐오하는 풍경들을 보니 더 이상 교회 갈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다. 당연히 소수의 인권이 보장되면 다수의 인권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도 YES를 할 수도 NO를 할 수도 있다. 서로 입장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만 존중을 해준다면 무지개처럼 각자의 색깔을 내면서 아름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주제는 많은 논란에 나를 욕할 수도 있겠지만 괜찮다. 나이가 40 이상이 되면 자신의 색깔, 생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라면 서로 서로 비판하며 사람에 대한 비난만 하지 않으면 건전하다. 마지막으로 고통스러운 비난을 감내하며 서울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성사시켰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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