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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ug 02. 2017

잘 하려고 하지 마. 자라기만 하자.

아들 육아에서 배우다: 정용호의 <도헌에게>

2017년 2월 6일. 분만실에서 단 두 번의 "응애, 응애!" 소리가 들렸을 뿐이었는데, 곧 기다리던 아들이 나에게로 왔다. 이 두 번의 짧은 울음으로 내 아들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갓난아기인 아들은 엄마와 아빠에게 그저 울음으로써 자신의 모든 욕구를 표출했다. 잠이 와도 울고, 배가 고파도 울었다. 뭔가 불편하면 그저 울었다. 나는 난생 처음 경험하는 '육아지옥'에 혀를 내둘렀고, 심지어 이 작은 새 생명에게 '짜증'마저 내고 말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이제 나도 제법 아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른의 관점으로 내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내 아들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부모를 편하게 해주고, 수월하게 자라기를 바랐구나.'


다시 말해 나는 아들이 '자라는 것'을 보기보다, 뭔가 '잘 하는 것'을 보려고 했던 것이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얌전해서 다른 투정 같은 것은 부릴 줄도 모르는 그런 아이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자 덜컥 겁이 났다. 갓난아기인 아들을 보면서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그럼 내 아들이 더 자랐을 때에는 더 많이 잘하기를 바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들의 육아를 지금껏 아내와 함께 하면서 하나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 잘 하려고 하지 마. 그저 자라기만 해라!"


너는 그저 자라기만 해라
자라는 것만으로 너는
잘하고 있단다.

필자의 시, <도헌에게>(문학광장 통권64호)


우리들도 이제 성과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잘 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자라는 과정에 집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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