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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답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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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3. 2023

불모지

不慕地

종단 보도가 없다는 게 이상할 즈음

1절을 채 마치지 못한 노래

급하게 이어지는 광고와 시보―

황색등이 점멸하기 시작한다     


자정이다

차들은 오히려 사나워진다     


갓길로 걷다 나타난 보도블록이 반갑던 시절

돌아가는 길에 횡단보도는 많지 않았지만

가로지를 이유도 마땅하지 않아서

질주하는 차들과 오르던 야심한 고갯길     


차량용 신호등을 익혀야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한 조각 사과로 공주의 숨을 틀어막고

나머지 사과를 우리 귀에 쑤셔 넣으니

결코 다다를 수 없었던 만남

당신 입에 있는 사과를 내 귀에 건네주오     


보행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 위를

사나운 차들이 점멸하는 사이로 지나가면     


조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싶은데

무심한 신호등이

끔벅끔벅 나를 내려다본다     


자정이다

자정自定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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