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법을 몰라도 제법

by 정선생

언젠가 아들이 물었다. 아빠, 요리는 요리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더 맛있는 거지?

요리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요리하는 법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요리를 하는 데에도 규칙이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요리가 재료를 손질하여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할 듯하다. 그러나 요리하는 법을 안다고 해서 모두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요리사일 것만 같다. 요리사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전문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는 것을 가리킨다. 요리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요리의 전문가일 것이다.


미디어에 나오는 많은 사람이 요리사이거나 요리사에 준하는 자격을 지닌 사람이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요리 실력을 뽐내는 사람은 대체로 요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조리사 자격증은 그들의 실력을 담보하는 증거가 된다. 오랜 경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들은 재료에 알맞은 손질법과 조리 방법을 알고 있다. 사용할 재료에 맞춰 계획된 조리 순서에 따라 요리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넋을 놓고 볼 정도다. 그리고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맛이 담겨 있을 듯하다.


그러나 요리하는 법을 잘 알고 정확하게 지킨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는 음식이 되는가는 분명하지 않다. 음식의 맛은 개인의 경험이고, 개인의 경험은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말하는 음식조차 경험 자체는 상이하다. 내가 좋아하는 맛과 네가 좋아하는 맛이 다르다. 그가 좋아하는 맛과 그녀가 좋아하는 맛이 다르다. 맛있는 음식은 절대적이지 않다. 음식을 먹는 주체가 선호하는 맛과 선호하지 않는 맛이 있을 따름이다. 한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맛의 세계만으로 맛있다 혹은 맛없다고 평가한다. 그에게 맛은 그가 경험한 딱 그만큼만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맛은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의 비율에 따라서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여기는 음식과 맛없다고 느끼는 음식으로 규정된다.


한 아이의 아빠나 엄마일 뿐인 연예인이 자신의 요리 실력을 뽐낸다. 그 연예인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자신의 아이와 아내에게는 최고의 음식일 것이 분명하지만 그 경험이 그 가정을 벗어나 모든 가정에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가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패널들은 그가 내놓은 음식을 받아 들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접한 듯 반응한다. 시청자들은 그런 반응을 보고 그 음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공유한 음식을 직접 해 먹고 그 맛을 평가하여 다시 공유한다. 그렇게 한 아이의 아빠나 엄마일 뿐인 연예인의 음식은 어느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 또는 먹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음식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반드시 요리를 잘하는 사람, 혹은 요리하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요리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것저것 넣고 끓이고 졸인 음식이 의외로 깊은 맛을 내기도 한다.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기대를 웃도는 맛을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그런 맛은 직업인으로서 요리사나 대중의 평가를 받은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엄마의 요리이며, 아내의 요리이고, 고사리 손으로 아이가 만들어온 어느 체험 활동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엄마도, 아내도, 아이도 요리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내 아이가 먹을 것이라는 생각, 내 식구가 먹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혹은 늦은 저녁 고단함을 이겨내며 만들어낸 음식인지도 모른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대충 꺼내서 만들다 보니 중요한 재료가 빠지거나 다른 재료로 대체해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은 맛있다.


음식 하는 방법을 잘 몰라도, 재료를 손질하는 방식이 서툴러도, 조리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도, 계량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조미료를 썼더라도, 그런 음식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맛을 낸다. 정해진 맛이 아니라, 만들어낸 맛. 누군가의 기호와 기억, 정성이 배어든, 그 사람만의 맛이다. 그런 맛들은 요리하는 법과 무관하게 제법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는 요리하는 법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을 향한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관심을 쏟을 뿐이다. 따라서 그는 요리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요리한 음식을 먹을 사람을 잘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이다.


요리는 요리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더 맛있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아들이 요리는 요리할 자격을 얻은 사람이거나, 자격이 없더라도 열심히 배워야만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성은 자격보다 깊고, 책임감은 기술보다 오래간다. 꼭 자격이 있어야만 꼭 능숙해야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믿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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