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한국문학, 한국대중가요, 한국영화 등에 관한 정체성을 되묻고 있는 요즘, 성해나의 소설은 한국소설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것은 젊은 작가다움과 젊은 작가답지 않음 사이에서 찾아낸 균형인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너무 급한 게 아닌가 싶어 짐짓 독서를 멈추며 시간을 조절했지만 그럼에도 책을 구입하고 하루 만에 모두 읽고 말았다.
성해나의 소설에서 '진정함'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과 애정, 진정한 자질과 능력, 진정한 인간성, 진정한 부모, 진정한 친구, 진정한 꿈 따위의... 과거와 달리 쉽게 진정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꿈을 찾기란 어쩐지 불가능해 보인다. 진정한 화해는 모두가 진정한 상태에서만 얻을 수 있음에도 그것이 불가능한 작금의 현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모럴과 우리가 추구하는 모럴 사이에서 진위와 장단을 따지며 우왕좌왕하는 그런 모습.
성해나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 성해나의 소설은 그래서 더욱 풍부하게 읽힐 것 같다. 책날개에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적어도 지금껏 경험한 작가의 프로필과는 묘하게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은 한국소설의 맛을 제대로 담고 있다. 아니, 애초에 나는 한국소설을 읽고 자란 사람인가, 도대체 한국소설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분명 주목받는 한국 작가의 주목할 만한 한국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