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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pr 13. 2019

리더의 조건

고집불통의 소통

요즘은 소통하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다양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웅 조차도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적을 물리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는 독단적인 리더는 분명 이제는 지양해야 할 리더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 아닌, 모든 구성원의 조화와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결코 리더가 놓치지 말아야 할 자질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책임감과 희생정신'일 것이다.


이번에 학생들 엠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반장(학년 대표)이 자신은 엠티를 가지 않겠다고 했다. 총 9명 중에서 4명이 참석한다고 말해 놓고, 본인도 집에서 쉬는 것이 좋으니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별로 친하지도 않은 다른 국적 학생들끼리,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반장이라면, 자기 학년 학생들이 아무도 안 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싶다. 뭐 결국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똥 씹은 표정을 하기에,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말해 버렸지만, 엠티가 끝난 후 반장직을 박탈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나도 대학 2학년 때 학년 대표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대표의 역할은 학과 행사에 학생들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첫째는 선배들이 분명 "동기를 사랑하라"라고 말해 놓고 나에게 동기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리더는 구성원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앞장서서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 위험을 내가 먼저 막아내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는 과 행사에 참여하기 싫은 친구들에게 오지 말라고 했고, 선배들에게는 내 뜻을 말했다. 물론 그래서 엄청난 핀잔과 꾸지람을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무능력한 능력을 증명했으니까. 그 무능력한 능력은 윗사람이 원하는 것을 못하는 대신, 내가 대표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실행하는 능력이다. 물론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일을 실행하기가 힘들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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