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bout THINGs

부채

by 정선생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시대. 그럼에도 문구사나 잡화점에는 부채가 여전히 진열되어 있다.


부채의 목적은 열을 내쫓는 게 아니라, 더위를 즐기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더위를 잊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 중간지점에 머무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채는 풍류와 멋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이 부채에 쓰인 글귀가 좋다. 불교에서 수행은 모든 걸 물리는 것이 아니라, 어지러움 속에 머물되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나도 어머니께서 절에서 사셨다던 부채 중 하나를 지금껏 쓰고 있다. 아마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아들 녀석이 엎드려 놀 때 바람을 불어주기도 하고, 나도 가끔 바람을 일으켜 열을 식히곤 한다. 이제는 더위 속에서 유유자적 머물기 힘든 시대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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