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카메라를 좋아하지 않았다. 카메라는 아버지의 취미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아버지의 정성과 노력이었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8mm 비디오카메라까지 장만하셨던 아버지였지만, 그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적 사진 속에 나는 제법 밝게 웃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웃음을 잃었던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단칸방 생활을 접고 아파트로 이사하면서부터, 그러니까 내 방이 생기면서부터 웃음을 더 많이 잃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카메라를 좋아하게 됐다. 사진 찍히는 건 여전히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모습도 종종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을 정도로 찍는 일에는 취미가 붙은 편이다. 나도 아버지가 됐다는 걸 증명하듯.
로모 카메라. 러시아 렌즈를 붙인 카메라가 조금 더 비쌌다. 러시아 렌즈를 샀다. 그 차이가 뭔지는 몰랐지만, 그냥 중국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던 듯싶다.
대학원 시절에 너도나도 DSLR을 사서 사진을 찍는 게 유행했었다. 그런 비싼 카메라를 가질만한 여력도 없었지만, 사진도 잘 모르는 내가 가지기에는 과분한 기계였다. 그래서 아버지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그리고 내 돈을 주고 처음으로 장만한 카메라, 로모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이른바 토이 카메라 열풍의 끝자락에 장만한 카메라였다. 사진도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 이 카메라가 그때는 왜 그렇게 갖고 싶었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갖는 걸 가지지 않으려는 나의 고집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DSLR에 열광할 때, 갑자기 필름 카메라와 로모 카메라였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