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라는 뉴스매체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3만 원짜리 디저트에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3만 원짜리 원피스를 사는 데는 망설인다는 여성의 고민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결국, 저마다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자칫 여성을 비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남녀 상관없이 생각해 볼만한 우리 시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디저트는 '본 요리(main dish)'가 아니다. 본 요리를 먹고 나서 선택하는 '입가심' 음식이다. 디저트는 코스요리의 마무리로 여겨지고 그래서 고급문화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디저트를 챙겨주는 음식점이 늘어났고, 디저트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도 많아졌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삼계탕 집에도 아이스크림과 식혜, 커피가 구비되어 있다. 디저트인 것이다.
아무튼 디저트에 별 다른 고민 없이 돈을 쓰는 것은 나의 삶을 더욱 여유 있어 보이게 만든다. '입가심' 음식, 달리 말하면 '잉여 대상'에 큰 가치를 부여하면서 삶의 기본적 요건에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 식사(아침, 점심, 저녁)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하지만, 디저트는 부수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음식으로 보인다(어떤 사람은 디저트는 음식으로 치지 않기도 한다).
이제는 확실하게 '밥만 먹고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건 식사의 종류, 집밥과 외식이라는 식사의 담론에서, 디저트라는 식사 이외의 음식으로 번진 듯하다. 디저트라고 해도 약과, 수정과, 식혜 따위보다 마카롱, 케이크, 커피 같은 이국적인 음식이 더 반가운 시대다(앞에서 말한 삼계탕 집에서 자판기 커피나 식혜로 마무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카페에 가서 다시 돈을 주고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다). 그리고 나의 일상을 시시콜콜 공유할 수 있고, 그게 수익창출이나 뜻밖의 기회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다.
잉여 요소를 소비하는 데는 남녀를 불문한다. 이른바 장비 욕심이 넘치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장비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다. 솔직히 이제는 실력보다는 장비를 구경하는 게 더 즐거운 세상이 되었다. 장비를 보고 환호하는 것이 실력을 보며 질투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실력을 보여주며 지적을 당하느니, 장비를 보여주며 부러움을 사는 게 더 즐거울 수 있듯이 말이다.
나를 위해서 살라는 말, 나의 개념으로 여성(余性)을 위해 살아가라고 말하는 시대다. 물론 진정한 나라고 믿는 모습과 내가 추구하는 삶이 결국은 남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놓치지 않아야 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