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답잖다

데미안에게

by 정선생

인간의 불행은 사회화 때문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너는 왜 하고 싶은 것도 없느냐고 나무라는…

사회화는 불을 끄는 일이다. 인간의 조상이 욕망에 눈을 떠 쫓겨났기 때문일까. 우리는 욕망을 거둬들임으로써 에덴동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거세된 욕망이 행복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금욕하던 인간의 호소에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지 욕망하라고 주장하던 철학자들. 그들은 옳았을까. 안타깝게도 그것조차 아닌데, 욕망하라는 가르침도 욕망하지 않을 욕망을 거세하는 교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욕망해도, 욕망하지 않아도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


인간은 과거보다 더 빠른 시기에 교육을 시작한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시간은 점점 빨라졌으므로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교육은 더 빨리 시작돼야 한다.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어쩌면, 아이의 욕망을 부모 스스로 거세하는 것보다, 차라리 선생에게 그 일을 맡기고 싶은 것은 아닐까.

거세된 아이는 나에게 와서 욕망의 그루터기를 보일지도 모르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루터기도 쓸모가 있으리라는 희망고문 정도.


희망고문으로 자란 아이는 나중에 유리천장을 향해 돌진하다 차가운 주검으로 추락할 것이다.

아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자들이 다시 말할 것이다. 더욱 욕망하게 하라고. 그로써 이 좁은 유리 감옥을 탈출하라고. 알을 깨뜨려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날아가기를 욕망하라고…

그것은 또 다른 사회화, 희망고문이 되어, 유리천장에 머리를 처박는 일을 값지게 포장하겠지.

머리가 깨진 것도, 이미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또 다른 세상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며 살아갈 아니, 죽어갈 우리, 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가 신호등을 볼 줄 알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