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답잖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선생 Dec 22. 2021

전망 좋은 집

전망 좋은 집을 주시오 맑은 날 산마루가 선명히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주시오 분주한 지상을 관망할 수 있는 다른 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전망 좋은 집을 주시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들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때 땀 흘리며 일하던 그도 전망 좋은 집에서 살고 싶었을까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던 그가 하늘로 돌아간 날에도 하늘을 올려다 볼 생각조차 없이 고개 떨군 채 우물 속 진주를 찾던 그들이 손가락으로 수면을 스치면 그들의 전망 좋은 집 앞에 작은 상자 하나가 툭 떨어지고는 했다 상자를 열어 물건을 꺼내들 때 마지막에 들려오는 가냘픈 희망을 누구도 듣지 못했다 전망 좋은 집을 주시오 그저 당신과 나란히 눈 마주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전망 좋은 집을 주시오 아가리가 찢긴 채 버려진 상자가 등 굽은 노인에게 붙들린다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버려진 희망을 무겁게 무섭도록 주워가는 노인의 뒤를 자동차 경적이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눈 뜨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