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희, 「해돋이, 샛바람을 뒤집다」

간절곶이 낳는 한반도 새해

by 정선생

2022년 첫 번째 시로 이미희 시인의 「해돋이, 샛바람을 뒤집다」를 선택했습니다. 간절곶에서 해돋이를 바라보는 상황을 시로 표현한 것인데요, 수평선 위로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해돋이, 샛바람을 뒤집다
-간절곶 일출

잦아든 숨결이 빈 바다를 채운다

어둠으로 번져가는 빛무리 양수

출산을 기다리는 눈빛들, 더 곡진히 산통한다

초경의 놀람을 개짐으로 감싸주던 어머니가
산도에서 미끌린다

뜨거운 구심점으로 하늘이 와 박힌다

산만한 신음이 너울을 헤맬 때마다 샛바람이 뒤집힌다

세상을 여는 자궁이 눈부신 하혈을 한다

나도 바다도 핏발을 세운다 물든다

꼭짓점을 땐 첫걸음이 벅찬 가슴을 운다

어머니의 하늘에 새날 첫안부를 부친다

간절곶은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있는 해돋이 명소입니다. 이와 더불어 울산 최초의 어촌관광단지가 조성된 곳이어서 평소에도 여가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입니다(간절곶에 있는 대송포구에 관한 내용은 고은희, 『고은희의 발길 따라 걷는 울산 포구기행』, 192~197면을 보면 좋겠다). 간절곶은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이 찾아오는 장소일 것입니다.


시인은 수평선 위로 해가 봉긋 솟아오르는 과정을 출산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간절곶에 모인 사람들의 “잦아든 숨결”과 “출산을 기다리는 눈빛”은 해를 기다리는 간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분만실 앞에 모여 순산을 기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또한, 이지향 PD님의 말씀처럼 해돋이와 출산이 숭고함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해돋이를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출을 기다리다 보면, ‘안개’나 ‘구름’ 때문에 해가 보일 듯 말 듯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상상할 수 없지만, 출산은 극심한 고통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어머니와 아기 모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시인은 그러한 순간을 해가 떠오르는 바다의 모습과 연결하고 있는 듯합니다. “산도에서 미끌린다”라는 표현은 아기가 나올 듯 말 듯 고통스러워하는 분만 상황과 해무(海霧)와 구름에 자칫 해가 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미희 시인의 시에서는 ‘온 세상(자연)’이 바로 ‘어머니’가 됩니다. 바다는 어머니의 양수이고, 하늘은 어머니 자체가 될 것입니다. 시인과 어머니(세상이자 자연)는 ‘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초경과 출산은 여성만의 경험일 텐데요, ‘초경의 놀람’과 ‘산도에서 미끌림’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대자연과 여성 사이에 하나의 공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듯합니다.


해가 솟아 오른 상황을 “눈부신 하혈을 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앞에는 “빛무리 양수”라는 시어도 있습니다. 간절곶 앞바다는 해가 떠오르기 전에도 생명을 위한 양수이고, 해가 솟아오르는 순간에는 생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피’가 됩니다.


이 시에서 “뜨거운 구심점으로 하늘이 와 박힌다”는 표현이 참 멋졌는데요, 온 세상이 간절곶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간절곶’은 ‘울산의 하루가 탄생하는 곳’이자, ‘한반도의 하루’, 그리고 ‘모든 이의 소망을 담은 새해’가 탄생하는 위대한 생명의 장소입니다.


올해 간절곶에서 떠오른 ‘새해’는 “용맹한 새끼 검은 호랑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새해를 낳는 “어머니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저마다 2022년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다짐하고 소망하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소중한 새해를 잘 키워서 한반도를 닮은 멋진 호랑이로 키워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빛깔을 머금은 영롱한 빛이 바로 검은빛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검은 호랑이가 멋지게 잘 자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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