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과 건담이 공존하는 주점에서 이방인이 된 듯하다
술 한잔으로 어우러졌던 그 시절의 나
대학교 입학과 함께 술을 마시며 얻은 것이라고는
내 마음에 잠자던 괴물이었음을 그리고
그 괴물을 마주했던 모든 사람들
소녀상과 건담이 공존하는 주점에서 그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느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기어코 정신과 치료를 고백하며
술을 마시면 겨우 잠재운, 지금도 잠을 설치며 꿈틀대는 괴물이
깨어날 것 같은 그래서 깨질 것 같은 평화를 걱정한다
어느 주점 안,
장식장에 놓인 소녀상과 건담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