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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Sep 17. 2022

물이다 [무리다]

중학교 때, 소풍은 산이나 들, 강가로 갔다. 어느 골짜기 아래 바닥은 모래인 작은 웅덩이가 있었다. 못이라고 불러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발이 푹푹 빠질 것만 같은, 물 색깔은 제법 검은빛을 띠는 그런 곳이었다. 개구리나 물뱀이 있을 것도 같은. 친구들은 그곳을 잘도 지나갔다. 그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그들처럼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 용기를 시험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잽싸게 지나갔던 그 길을 따라갔다. 그런데 나는 빠지고 말았다. 자칫, 그 깊은 심연으로 빠져 들어갔을지도 모를 만큼, 발이 깊숙이 빠졌다.

 

대학교 엠티 때, 친구들과 해변으로 나갔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그들이기에 커다란 바나나 튜브를 타고 저 멀리 보이는 방파제로 가겠다고 했다. 그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면서, 물을 겁내면서, 그들처럼 헤엄쳐 가고 싶었다. 그들이 붙든 튜브를 함께 잡았다. 그러나 결국 빠지고 말았다. 허우적거렸다. 결코 헤엄쳐 나올 수는 없었으니, 숨을 참고 최대한 깊숙이 들어갔다. 발바닥이 닫기를 기도하면서. 다행히 바닥에 발이 닿았다. 아니, 발이 바닥에 닿았다. 힘차게 바닥을 지치며 용수철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무사히 해안가로 나와 겨우 숨을 돌리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친구들은 이미 그 방파제에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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