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어두운 표정을 밝게 만들어 주고 싶은 건
정말 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사람인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혼 전, 주례를 맡은 변호사 분을 만나 나누었던 대화는
이런 것이었다.
어릴 적, 나는 엄마의 표정을 굉장히 신경 썼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웃지 않으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어?"라고 물었다.
이렇게 물으면, 엄마는 항상 "웃을 일이 있어야 웃는 거지"라는 대답을 하고는 했다.
웃을 일이 없다고 해서 슬픈 건 아니다.
웃을 일이 없다고 해서 절망적인 건 아니다.
그런데 어릴 적엔 그걸 몰랐다.
엄마는 그저 아무런 표정이 없었을 뿐이고,
아무런 표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누구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12월 1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들 바쁘다.
바쁜 와중에도 모두가 동등하게 바쁜 건 아니다.
일을 떠 맡기는 사람과 일을 떠안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일을 떠안고
내가 떠안은 일은 누군가에게 떠맡겨진다.
그런데, 정말 모든 일을 떠맡기만 하는 사람도 있으리라는 걸 생각하면
나는 죄스러워진다.
12월은 그렇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