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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7. 2022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

아닐 수도 있고

2년이다. 2020년 12월이었으니, 이제 정말 2년이 꽉 찼다. 신경작용제 한 알과 위장제 한 알이다. 약의 부작용을 달래주기 위해서인지, 두 알을 함께 처방받는다.

마음 혹은 정신이라는 결국은 신경의 문제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속도 달래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저녁 약을 처방받았는데, 잠을 잘 수 없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복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24시간 안에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시간을 지키면서 먹었다. 정확히 7시 30분에 먹기로 했다.

사실 의문이 생겼다. 24시간 안에 복용해야 한다고 하면, 시간은 점점 짧아질 것 같았다.

7시 30분에 먹었으니, 그다음에는 7시 30분 안에 먹거나 정확히 7시 30분에 먹어야 하는 건가?

7시 30분, 7시 30분 59초, 7시 39분 58초...

영원히 먹을 약이 아니겠지만, 이렇게 하다가는 하루에 몇 알씩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터무니없는 의심이 생겼다.

그래서 결국 나는 생각을 바꿨다.

그냥 아침에 먹자.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편하게 먹기로 했고, 한 번은 약을 미리 처방받지 못해 먹지 못하고 오후에 병원을 찾아 처방받아서 먹기도 했다.

저 두 알을 먹고,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는 건데

저 두 알을 먹느라고 마음이 불안해지면 그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저 두 알 덕분에 예전보다 나아졌고,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든 지키지 않든 다른 건 없었다.


새로 온 의사의 말을 믿어야 한다. 마치 대학 교수를 마주한 것처럼,

차근차근, 인용까지 해 가며 설명하는 그에게 은근한 믿음이 생긴다.


이 약은 내 마음을 재건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는 그런 생각.

'아직은'이지만, '언젠가는'이기를 바라면서

아니, 그런 바람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아니, 그런 바람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

아니, 그런 바람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마저 잊어야 할...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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