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자에게 멈춰 선 자는 불편하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노인들은
버스가 서도 일어서지 않았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지만
어떤 버스도 기다리지 않는 게 분명하지만
노인들이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따라 고개를 움직이기도
정지화면처럼 앉아 이따금 입을 움직여
행인을 두고 몇 마디 보태기도 하면서
노인들이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모두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오후
저물어가는 12월에 나지막이 스며드는 햇볕을 담요 삼아
버스 정류장에 정착한 노인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 끈다
미안해요, 도로에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해요
규정속도에 맞춰 달리는 나를 추위처럼 지나쳐 간다
내 차가 조금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하기는
달려가는 자에게 걸음이 느린 자는 불편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