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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답잖다

아스팔트 정글

by 정선생

미처, 활기를 채우지 못한 채

일자리로 향하는 자동차행렬의 아침

야생동물퇴치시스템이라는 문구 찍힌 트럭 한 대가

조심조심 내리막을 내려가는 행렬을

서슬 퍼렇게 휘저으며 내달린다


몇 해 전, 대복삼거리 가로지르던 멧돼지 무리를 마주한 밤

서로의 삶에 끼어든 듯 주춤하며 서로를 눈동자에 담았던 일

어느 쪽이 퇴치되어야 마땅한지를 생각하던 찰나,

앞서 가던 트럭이 사납게 꽁무니를 들썩이며

신호위반 카메라 앞에서 엉거주춤 멈춰서는 게 보였다

브레이크를 잊은 듯 달리던 녀석을 두렵게 만든 것이

멧돼지도 자동차도 보행자도 아닌

벌금 몇 만 원이었음이 괜스레 씁쓸하게 느껴지는데,

초록 신호를 차고 푸른 트럭이 으르렁거리며 뛰쳐나갔다


저 멀리 사라지는 트럭 너머로

도로 건너 산속으로 사라진 멧돼지의 눈빛이 어른거린다

그들은 어디로 퇴치되었을까를 생각하면서,

가속페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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