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져 가는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
좁은 마당에서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을 닮았다
지난 겨울의 무게를 기특하게 버틴 지붕을 바라보며
이번 장마도 잘 부탁한다고 허리 한 번 펴면서
내 죽으면 무너져서 묻어달라고 푸념처럼 되뇌면
곁에 있는 오래된 양철 요강 하나
가만 앉아서 쉬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다
바닥을 쓸면서 겨우 떼는 걸음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깔고 앉더니 오줌을 갈기고는
텃밭에 휙 뿌려 버리는 노인의 고단한 움직임이
여태껏 이렇게 안 살았나, 그냥 한 줄기 오줌처럼 찍
두 아들 걸음 떼는 것도 안 보고 떠난 남편은
몇 해전 그렇게 안 보냈나,
배다른 딸이 욕으로 입에 남았다
죽음의 냄새 짙은 노인의 가죽 밑 생명도
빨아버리려 모기가 달려드는데
노인은 모기를 쫓아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