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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an 17. 2023

박덕[薄德]한 사내의 처[妻]

허물어져 가는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

좁은 마당에서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을 닮았다     


지난 겨울의 무게를 기특하게 버틴 지붕을 바라보며

이번 장마도 잘 부탁한다고 허리 한 번 펴면서

내 죽으면 무너져서 묻어달라고 푸념처럼 되뇌면

곁에 있는 오래된 양철 요강 하나

가만 앉아서 쉬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다

바닥을 쓸면서 겨우 떼는 걸음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깔고 앉더니 오줌을 갈기고는

텃밭에 휙 뿌려 버리는 노인의 고단한 움직임이

여태껏 이렇게 안 살았나, 그냥 한 줄기 오줌처럼 찍

두 아들 걸음 떼는 것도 안 보고 떠난 남편은

몇 해전 그렇게 안 보냈나,

배다른 딸이 욕으로 입에 남았다     


죽음의 냄새 짙은 노인의 가죽 밑 생명도

빨아버리려 모기가 달려드는데

노인은 모기를 쫓아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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