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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답잖다

가장 슬픈 시시포스

by 정선생

우리 집 안방에 누워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있는 그는

오늘도 산마루에

바위를 올려놓고 돌아온 참이다


자고 일어나면 바위는

굴러 떨어졌을 것이고

다시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마침내,

올려놓고 돌아올 터이다


우리 집 안방에 누워

오늘도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있는 그는

분명 웃으며 말하고 싶었지만,

굳은 입술과 일그러진 미간은

말하는 법과 웃는 법을 잊었다


이 집 사람 모두가

그의 고독을 허무와 권태를

알지 못한다면서

알지 않으려고만 한다


그는 하릴없이

내일도 돌을 굴려 올릴 것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릴 것이다


순간, 무언가 어깨를 짓누르는 듯

움찔거리는 그는

가장, 슬픈 시시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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