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데 비가 내린다
불은 꺼지고, 나무는 목을 축이리라
메마른 삶을 적시기에 충분할는지
박 씨 할머니의 눈물을 묽힐 수 있을지
뜬눈으로 밤새우고 눈 감을 새 없이 달리는 이들의
눈동자를 적시기에 충분할는지
벚꽃이 너저분한 길거리에서는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는다
우산으로 시선을 가린 채 걷는 이들의 어깨가
떨어진 꽃잎처럼 보인다
기댈 수 있는 벗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마는
우산은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거리를 흐른다
가로수에게 벗은 없다
도시에 내리는 비는 나무를 기르지 못하니까
식목일이다 그래서
혹은 그래도 비가 내린다
불이 꺼지자 나무가 춥다고 한다
산이며 도시며 나무가 슬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