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도 저녁도 없이
완전히 멈춘 삶이 있을까
내리치는 칼날과
턱을 부수는 올가미조차
한 삶을 완전히 멈출 수 있을까
수원지의 울창한 숲에서
사계절 내내
생명의 조짐도 뵈지 않는 나무에게
모두가 무심한 애도를 전하지만
쓰러지지 않았음에서 나는
살아남은 삶을 본다
보이지 않는 뿌리
습하고 어두운 땅속에서
느리게 나아가는,
것도 아니라면 흙
알갱이라도 붙들고 늘어져 쓰러지지 않으려던
쓰라린 상처들을 본다
일천구백팔십 년의 낙뢰조차
넘어뜨리지는 못한
어떤 나무보다
살아있는 그
나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