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마주하며 살다 보니 눈물샘이 메말라버렸대도
살다 보면 한 번쯤 익숙한 길을 따라 눈물이 흐른다
제아무리 이상기후래도 이상기후에 맞는 장마가 찾아오듯이
웃음이 넘치는 시대래도 슬픔은 자신의 세를 잃지 않았다
흐르던 눈물이 멈추고 나면 세면대로 곧장 달려가
비눗물로 세수를 하자 창피해서가 아니라
소금처럼 남을 감정을 닦아내기 위해서라도
애도하는 마음으로 얼굴을 매만지며 세수를 하자
빛이 넘치는 세상에서 눈물을 흘리느냐는 비웃음
어차피 햇빛에 말라버릴 눈물이 아니냐는 핀잔도 무시하며
비 그치자마자 달려 나와 빗물을 닦아대는 남자처럼
세면대로 달려가 비눗물로 세수를 하자
눈물 마를 날 없던 이의 삶이 결코 정화되지 않았듯이
울음과 웃음 사이를 충분히 정리하지 않는 이에게도 정화는 없으니
밝은 표정에서 우울을 보지 못한다는 건 엉터리 같은 소리다
눈물길은 빛나는 표정 아래서만 보이고 그늘에서는 길을 감춘다
아무리 씻어도 지울 수 없는 눈물길이니
눈물이 그날을 기억하지 못하고 길 헤맬까 걱정 말고
그래, 세수를 하자
깨끗한 피부결에 흐를 새로운 눈물은 언제나
어제의 눈물처럼 익숙한 길을 따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