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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답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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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un 28. 2023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잖아

오늘부터 어머니 뱃속에서 살던 십 개월을 지운다

미혹하지 않은 마음을 일 년 더 미룬다


효율적인 셈을 위한 샘이다

민증 까서 년 월 일까지 따져가며 위아래를 나누던 치졸함이

어느 순간 공정함으로 다가오면서부터일까

어머니의 열 달 고생이 지워진다

가족끼리는 몰라도 이제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할

어머니의 열 달


아무렇지 않게 터치하는 리셋처럼

어머니에서 나오자마자 Lv. 0으로 시작하는 삶들

이미 쌓은 레벨이 깎여도 미소 짓는 플레이어들

십이진법이 지배하는 인생 레벨에서 십진법으로 얻은 최초의 레벨을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십진법의 그늘 안에서 뿌리치고 있다


불혹에서 물러나 다시 미혹해진 나는

어머니의 뱃속을 참말로 어리석게도 그리워한다

일천구백팔십사년 삼월 구일은 내 생일이 아니거늘

일천구백팔십삼년 어느 여름날이 따지자면 나의 생일일 것이다

꼭 이맘때 같았을 가난한 시절의 동부께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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