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답잖다

태풍을 기다리며

by 정선생

태풍은 약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멈추거나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화는 단순했다

희망적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편안했다


대화 속에서 인생은 대단하지 않았다

초라하다는 건 아니었다

생각도 감정도 없이 흘러가는 생명에 휩쓸려

머물고자 집착했을 뿐이다


삶은 단순했다

죽음이 놓였을 뿐이었다

그래서 희망이었다


죽음 앞에서 삶은 대단하지 않았다

초라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무심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죽음 앞에서

뒤돌아섰을 뿐이다


흔들리는 나무 곁에 서 본다

죽음을 향해 맹렬하게 나아갈 태풍을 상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