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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Oct 19. 2023

신복로터리

신복로터리가 사라졌다 처음 운전 배우던 날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으로 겨우 돌아나갔던 곳      


유연한 태도가 빠져나가기 좋을 거야 그런데 전 긴장 탓에 뻣뻣하기만 하네요 

그래도 사고 한번 없이 매번 용케도 빠져나왔던      


십 년도 넘게 보물인지 요물인지 흉물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하늘을 찌르는 모습인지 로켓인지 모를 첨예한 모습으로 

영문도 모르고 존재감 없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던      


직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만 없었어도 행복했으리라는 짐작은 

정작, 네가 사라지자 그리 옳지만도 않다는 게 느껴지는데     


처음 이 도시에 로터리가 생겼을 때는 신호가 없었다 신호를 만들자 정체가 심해졌다 

그 문제를 해결한 전설 같은 시청공무원이 사실은 수학 공식에 능한 전공자였다

는 이야기를 해 주시던 택시 드라이버 선생님, 만만찮을 공업탑 로터리와의 결전을 짐작해 봐요     


선생님, 저는 그게 신기했어요 신호가 들어서자 정체가 심해졌다는 사실요

어쩌면 인생은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는 듯한 절망감에 뱅글뱅글 돌다가 마침내 출구를 찾아 나와버린 

자신을 목격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어요 

자신감은 가지는 게 아니라 목격하는 것이잖아요     


신복로터리가 사라졌다 설마 하며 조마조마 마침내 사라진 울돌목  


거대한 십자가가 놓인다 자신의 나아갈 곳을 향한 간절함이 모인다      


달라진 것은 없다 탑돌이를 하던 자동차들이 성호를 그을 차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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