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커가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낄 때는 언제일까 생각해 봤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초등학교로, 중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찍는 졸업식 사진, 계절이 바뀌어 작년에 예쁘게 맞던 옷이 껑충하게 짧아졌을 때, 거실에 함께 있는 시간보다 자기 방에 방문을 닫고 들어가 있는 시간이 더 많을 때 등등 참 많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뭔가 마음을 간질 하게 아프게 했던 것은 손을 잡는 것이었다.
부모라면 경험해 봤겠지만, 갓 태어난 아기일 때는 자고 있는 아이의 손에 손가락만 갖다 대도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잡는다. 아장아장 걸을 때, 미운 네 살, 유치원 다닐 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뭐 아이들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서든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잡고 다니곤 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갑자기 손잡는 것이 어색해지는 한 순간이 온다. 우리 첫째와 둘째 같은 경우는 신기하게도 똑같은 4학년 2학기가 그 순간이었다. 여느 때처럼 밖을 나서서 무의식 중에 손을 잡으라며 손바닥을 한껏 펼쳤지만 더 이상 오지 않는 손, 이내 어색해져 손바닥 운동을 하는 마냥 쥐었다 폈다 서너 번을 하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야만 했던 그때.
이제 막내의 손잡기 졸업이 대략 언제가 될지 예상이 되다 보니, 이제 여섯 살인 막내가 자고 있는 동안 손에 손가락을 살포시 놔 보기도 하고, 괜히 손을 잡고서 오랫동안 있어보기도 하며 괜스레 아쉬워하게 된다.
아빠의 손을 잡았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부모님들의 임무가 대부분 그러했듯이 주로 손잡기는 엄마의 담당이었는데,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손바닥의 크기, 텍스쳐, 체온, 손가락과 손톱의 모양까지,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것은 정작 아빠의 손이다. 나는 초등학교(그때의 국민학교) 2학년 때까지 밤에 잠이 들기 위해서는 엄마의 엄지손톱을 내 엄지손톱으로 살살 긁어야만 했다. 그 잠들기 전 의식의 희생량은 항상 엄마의 담당이었는데, 어느 날 딱 하루,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빠가 그 역할을 해주었던 밤이 있었다. 아빠의 큼지막하고 따뜻한 손과 네모난 손톱을 긁으며 잠들었던 그 하루 밤의 기억. 그리고,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아빠의 손을 다시 잡은 기억은 없다.
물론 그 후로도 어떻게든 아빠의 손을 잡은 순간은 많았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에 뇌리에 박힐 만큼의 결정적인 순간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시금 우리 아빠의 손을 잡아보고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