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흠칫 놀라곤 한다
"밥 먹을 때 다른 짓하지 말고, 딱 밥만 먹어! 밥 한술 뜨고 반찬도 이것 좀 집어 먹고! 어떻게 맨날 밥을 이만큼만 남기니? 고기건 채소 건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고 키도 크고 하지! 너 맨날 머리 아프다고 하고 피곤하다고 하는 거 다 밥 제대로 안 먹어서 그런 거야!!"
"그 친구가 지금은 너한테 전부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나중 되면 또 다른 친구들도 생기고 충분히 더 좋은 친구들이 생길 수 있어. 그리고, 걘 어쩜 하루 종일 그렇게 게임만 하고, 걔 부모는 대체 무슨 용돈을 그렇게 많이 준다니? 용돈 많이 받아도 좋을 거 하나 없어~ 집에는 무조건 9시 이전에는 들어와야지 밤늦게 그렇게 쏘다니면 어떡해?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줄 알고!!"
"너 방 꼬락서니가 도대체 왜 이래? 옷을 벗었으면 어? 또 입을 거면 접어서 넣으면 되고, 빨 거면 빨래통에 바로 넣으면 방 치울 일도 없잖아! 책상은 공부하라고 사줬더니 잡동사니 쓰레기통을 만들어놓고 대체 공부는 어디서 하는 건데? 먹는 거 이렇게 다 먹고 짱박아두면 벌레 생겨. 네 방 지금 사진 찍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제보하면 제작진 바로 연락 올걸? 내일 밤까지 다 안치우면 바닥에 있는 거 다 갖다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
"너 방금 뭐라 그랬어? 그게 엄마한테 하는 말투니? 엄마가 네 친구야? 뭐 말끝마다 시비조로 말을 해. 충분히 예쁘게 말할 수 있잖아!!"
"너넨 왜 맨날 시답지 않은 걸로 서로 시비 걸고 싸워? 그럴 거면 서로 남남하던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너희 엄마 아빠 없으면 너희 셋이서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해. 나중 되면 가족밖에 남는 거 없는데, 야 아빤 형제도 없고 혼자라 할머니까지 돌아가시면 고아야 감사한 줄 알아야지 원..."
"학원이든 학교든 친구랑 약속이든 무조건 20분 먼저 가 있어. 시간 약속 잘 지켜야지 나중에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지. 지금 학원시간 지난 게 몇 분인데 아직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어떡해! 너 이러고 학원 맨날 늦으면 선생님이 네 욕하는 줄 알아? 엄마 아빠 욕해. 가정교육 제대로 못해서 시간관념도 없구나 한다고. 아빠는 옛날에 한 시간씩 일찍 가서 일부러 기다리고 그랬어. 사람이 시간 약속이 모든 걸 좌우하는 거라고!!"
엄마, 아빠가 나 어렸을 때 하던 잔소리를 비슷한 내용과 비슷한 목소리와 톤으로 아이들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자주 흠칫 놀라곤 한다. 잔소리도 닮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