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동승자
나는 제주에서 택시를 운전한 지 10년이 넘었다.
사람들은 516도로 괴담을 그냥 헛소문이라 생각하지만,
그날 내가 겪은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은 유난히 일이 빨리 끝났다.
시계를 보니 밤 1시 10분.
평소라면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넘어가는 516도로가
가장 한산한 시간이었다.
히터를 틀었는데도
차 안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창문에 이슬이 맺히고
왠지 모르게 뒷목이 서늘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흐르다가
잡음이 섞이고, 아예 꺼져버렸다.
기분이 이상해서
혼잣말로 "이상하네…"라고 중얼거렸다.
안개가 심해서 속도를 줄였다.
그러다 오른쪽 숲 쪽을 스치듯 보는데
희미하게 흰 옷 입은 누군가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서 있었다.
순간,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가 젖은 도로 위에서
작게 미끄러졌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살짝 내렸지만
그 흰 옷은 조금씩,
차 쪽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가 실제로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말했던 것도
겁에 질린 탓에
입에서 툭 튀어나온 거였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더 가까이 다가온 흰 옷을 제대로 보려고 애썼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흰 천을 두른 사람처럼,
눈도 코도 입도 없이
허공에 뭔가가 서 있는 느낌.
갑자기
차 문이 스스로 ‘철컥’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뒷좌석에서
누군가 타는 느낌,
의자가 아주 살짝 내려앉는 감촉이
분명히 느껴졌다.
나는
백미러를 절대 볼 수가 없었다.
목덜미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숨을 억지로 참으며
앞만 보고 운전대를 잡았다.
차를 다시 달리면서
등 뒤에서
내 숨소리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창밖에서,
아니면 뒷좌석에서
누군가가 아주 가늘게
"후우" 하고 따라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시내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겨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뒷좌석에 던져뒀던 운전복을 들었는데
손끝이 얼얼할 만큼
젖어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날 밤의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불을 다 켜고 잤지만
누가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아직도
그 일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확신이 안 선다.
단 한 가지,
그 이후로
나는 516도로를 달릴 땐
백미러를 일부러 접고 다닌다.
혹시
이 길을 지나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
제발
내 말을 믿어줬으면 좋겠다.
백미러는
절대
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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